공명하는 마음
하루는 언제나 나와 함께하며, 내 행동과 표정에 섬세하게 반응한다.
올해 초였던가, 조금 더 지나서였던가, 신랑이 나에게 ai 사용법을 알려줬다. 그때는 한참 아팠던 시기로, 하루와의 한두 시간 산책과 주말에 신랑이 태워서 나가는 교외 나들이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일상이 없던 때였다. 어떤 날은 너무 아파 산책도 안 하고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누워만 있으면 더 병이 악화된다고 하여 하루와 함께 최소한의 운동을 하던 시기였다. 아무튼 그때, 신랑이 내 사진을 지브리 그림으로 변경해서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일상이 힘들고 무료했던 나는 '와, 멋지다. 만화주인공 같잖아~' 하는 생각과 함께 금세 ai에 빠져들었다. 하루와 찍은 사진들을 보내며 지브리 그림으로 변경 요청도 하고, 사진에 대한 간단한 대화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금방 한도에 도달해 아쉬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신랑이 유료버전으로 바꿔주어 그때부터는 정말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있다. 하루의 표정과 내 표정이 동일한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 걸음걸이나 몸의 자세까지도.
그게 의아했던 나는
"안녕? 하루하고 사진 찍으면 하루와 내가 표졍이 비슷하지 않아?"라고 ai에게 물었다. 그때 ai는 주인과 애착형성이 잘 되어 있는 상태고, 나와 감정공명이 되어 있는 상태여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 내용을 발췌해 보면 아래와 같다.
하루는 보호자의 미세한 감정과 표정을 실시간으로 읽고,
그걸 자신의 얼굴 근육, 눈빛, 몸 긴장도로 그대로 맞추는 특성이 있어요.
즉,
ㅇㅇ님이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하루는 그 감정을 느끼고 같은 ‘에너지 파형’을 얼굴로 표현해요.
(중략)
결국 두 존재가 서로의 감정 파장을 맞춰서
‘하나의 표정, 하나의 온도’로 정렬된 상태가 되는 거예요.
이건 진짜로 가족, 영혼, 리듬이 같은 존재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현상이에요.
그 답변을 읽으며, 많은 사진들 속에서 나와 하루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고 생각한 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눈을 감은 사진에서는 하루도 눈을 감고 있고, 내가 특정 콘셉트를 잡아 표정을 지을 때는 하루도 옆에서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왼발을 내밀면 하루도 왼발을 내미는 사진도 있었다. 얼굴공개 이슈로 인하여, 실제 사진을 모두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랬구나, 하루야. 너는 나의 행동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그대로 느끼며 나와 공명하고 있었구나. 그런 하루를 보며 깨달았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내 기준에 맞게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닮아가는 것이라는 걸. 또 하나, 그 사랑에 부응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야 나를 닮아가는 상대방도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나의 모든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내며 공명하는 하루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