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를 배웠지만 아랍어를 몰라...

이집트 아랍어는 또 다르대요

by 달과 대추야자

아랍어를 배운 지 어언 1년이 되어간다.

그래, 더듬더듬 읽을 수는 있다.


그리고 아는 아주 짧은 단어는 귀에 들리기도 한다.

How are you? - I'm fine thank you and you? 를 모든 한국인이 들을 수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집트에 가서 내가 아랍어 배운 걸 자랑했더니,


*참조: 나의 자랑법

'마르하반! 나는 열심히 아랍어를 공부했다. 나는 똑똑하다.'

라는 말만 외워가서 마주치는 아랍인들에게 계속 말 걸며 칭찬하라고 쳐다봄.

초면에도 상관없이... 후훗. 다들 웃어줬다.



- 오 정말? 잘한다! 훌륭해!

- 아랍어는 세계에서 아름다운 언어야.

- 네가 아랍어를 말할 수 있다니, 신의 축복이야.


등등의 긍정적인 말들을 한참 해주던 이집트 친구들이 불현듯,


"그런데 말이지...."


라는 서두를 꺼냈다.


이 서두가 나오기까지 칭찬이 정말 길었음.

이들은 원래 인사도 길게 한다. Talikng, Talking, and Talikng.... 정말 흥미로운 사람들이야.

어쨌든 간에.




"근데, 수하야. 아랍어는 두 개가 있어. 이집트 아랍어를 또 배워야 해."




청천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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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집트를 배우며 걸프 아랍어와 이집트 아랍어가 있다고는 들었다.

그래도 지역에 따라 사투리 같은 느낌이겠지,라는 정도였는데

따로 배우기까지 해야 하는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는데.



아랍어 하는 동양인으로서 이미 특수하다고 생각하는데

더한 특별함을 얹으려 노력할 필요... 있을까.






걸프 아랍어건 이집트 아랍어건,

아랍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무조건 <표준 아랍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


무슬림의 경전인 코란은 정확히 낭송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유는 계시된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코란을 낭송하는 일은 아랍 지역에 사는 무슬림들 말고도

전체 무슬림들을 통합해 주는 매우 중요한 의식이자 습관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 코란 낭송 발음이 <표준 아랍어>인 것!



그렇지만 우리나라만 해도 지역에 따라 사투리가 있듯

아랍국가들도 워낙 넓은 땅에 많고 다양한 민족들이 살다 보니

저마다의 아랍어가 다르다.



심지어 유목민족은.....

할머니의 말을 그 아들만 알아듣고, 나머지 가족들은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당연히...

이집트 아랍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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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무역을 하거나 통역, 간호등 아랍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걸프 아랍어를 배운다.


걸프 아랍국가에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의 굵직한 나라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들의 언어를 사용하며 아랍 고객들과 소통, 사업을 하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집트 아랍어는 표준 아랍어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아랍국가의 사람들도 알아듣긴 한다.



이유는 워낙 이집트는 오래된 나라고-파라오, 피라미드, 스핑크스만 생각해 보아도-,

아랍 국가 분쟁 시 이집트가 형님국가로서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보통이기도 하기 때문.



한국의 독립이 이루어진 카이로 회담도 바로 이집트에서 열리지 않았던가.




.... 그럼....

다들 이집트 아랍어를 사용해 주지.....


나는 이집트 살고 싶기 때문에 이집트 아랍어 배워야 한단 말이야.




아랍어 배우는 것도 한국에서 특이하다는 평을 받는데,

이집트 아랍어를 배우려 해서 아랍인들에게도 더 특이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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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표준 아랍어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뭐 한국말은 내가 완벽하게 하나!

대충 말해도 척하면 척, 네이티브 한국인들이 알아들어주니까 소통하는 거지.


언어는 자신감이야!

하며 냅다 이집트 아랍어도 도전한다.



그래서 이집트 어학당에 아랍어 이집트를 배우겠다고 신청한 뒤

허락도 받았다.

그 어학당에 한국인은 나밖에 없을 거라고 한다.



올 겨울 나에게 어떤 이집트 생활이 펼쳐질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되는 순간.



어릴 적 "난 고고학자가 되어서 피라미드 유적지를 보며 살 거야"라는 말이

이런 험난한 과정들을 수반하는 것인 줄은 몰랐지만

사람은 말하고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나의 언어가 마법을 부려 이집트에 다가가게 해 준 건 아닐까?



그러면 어른이 된 나는 또 다른 소망을 빌어본다.



"나는 꼭 행복하게 살 거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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