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이집트 카이로나 다합에 있다.

나는 그곳에 없지만...

by 달과 대추야자

보통의 한국인들이 이집트를 방문하는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일생일대의 해외여행 마지막 코스 <이집트 관광>을 위해서이고 (또는 성지순례),

두 번째는 프리다이빙을 위해서이다.


보통 직장생활을 마치신 후 가족이나 부부끼리 세계여행의 마침표를 찍고자 이집트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수도인 카이로로 향한다.


젊은 세대는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이집트 다합으로 향하는데, 홍해의 깊은 수심 때문에 다이버들에게 천국으로 불린다고 한다. 나는 다이빙을 하지 않아 몰랐는데, 다이빙을 좋아하는 동생은 이집트 다합의 존재를 진작에 알고 있었다.


"오, 엄청 예쁜가 보네?"

"응. 우리나라 동해는 편하긴 한데 광어나 우럭을 보게 된다면, 다합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바다 풍경을 보니까 좋대."

"그럼 거기서도 해보지 왜 안 가?"

"프리다이빙 하는 가격은 물가 때문이라도 저렴한데, 대신 악어가 나와."



악어가 나와.


악어가 나와...


악어가 나와!?





- 물론 동생은 장난친 거였고, 믿은 나만 바보가 되었다.

다른 친구한테 다합에서 프리다이빙 하면 악어가 나온다는데 하고 온 거야!? 하고 묻자

무슨 소리 하냐며, 파라오 시절에 프리다이빙 했다는 소리냐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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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에 가는 사람들 중에는 아랍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친구들도 있다.

한국에서 아랍어 전공이 있는 학교는 매우 드문데, 교환학생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아랍어 전공이라니. 너무 멋있다.

카이로 대학교 부설 어학당에서 수업을 들으며 선후배끼리 이집트 거주 정보를 주고받는 것 같았다.

내 눈에는 아직 어린데, 지구 반대편 먼 땅에서 자기들끼리 사부작 거리며 그 어려운 아랍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꽤 긴 기간 동안 이집트에서 생활하다니 기특하기까지 했다.


내가 어린 친구들을 보는 마음만 해도 이런데

이집트에서 아예 살 거라고 말하는 나를 보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걱정 어린 시선도 이해는 간다.

'왜... 그래...!?'라는 표정.



게다가 한국인들이 그나마 있어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카이로나 다합도 아니고

룩소르나 알렉산드리아에서 살 거라고 하니까.


알렉산드리아대학교에도 어학당이 있긴 한데 한국인은 전무하며

중국의 대학생들이 교환학생을 오는 정도라고 한다.


룩소르에서는 동양인 여자는 고사하고

전체 거주 외국인 여성이 나까지 포함해 세 명이 될 예정...



안전과 외로움을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을 당연히 안다.


그런데 나는 꼭 해산물을 많이 먹을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하고

오래된 유적지를 옆에 두고 살고 싶은 마음이라서

세계 최초 도서관이 있는 알렉산드리아와

고대 이집트 수도인 테베였던 룩소르로 마음이 기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원래는 조지아 트빌리시의 한적하고도 정다운 골목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 살고 싶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원래도 아르메니아와 자주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라...


그러나 이집트는 다르냐 하면...

2000년대 초반에 폭탄테러가 카이로와 다합에서 일어났다고 알고 있으며

현재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전쟁공습이 바로 옆 대륙에서 발생하고....


그러고 보니 이스라엘을 다녀오면 다른 아랍국가에 입국하기가 어렵고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아랍국가에서 살거나 많이 방문했으면 이스라엘의 검문이 더욱 철저하다고 하던데,

이집트는 어떨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아프리카 모두 인류 태동과 연관된 고대의 신비로운 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나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들인데 힘든 상황이어서 마음이 참 쓰리다.



우리나라의 고대 문명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북한땅과 지금의 중국, 러시아와의 분쟁지역도 가야 하는데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쟁이 지속되던 곳이어서 꿈을 접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사람들은 어째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지척에 두고

반목하며 사는 데에 치중하는 걸까?

눈앞에 정답을 두고 오답이 정답이라 우기며 깔깔 웃는 모습에 환멸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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