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손은 괜찮아?
한국에서 옛날 어른들이 문지방 밟으면 복 달아난다고
하지 말라고 했던 것처럼,
이집트에도 그런 미신이 있다.
바로 집에 들어올 때 왼발부터 들여놓으면 안 된다는 것!
물론 다 지키는 것은 아니고
아, 뭐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예전에는 그랬던 듯-
하는 느낌이지만 재밌고 신기한 민간신앙(?)이긴 했다.
왜냐하면 이집트 석상들을 감상할 때 알게 된 왼발의 의미는 사뭇 달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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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석상들의 발 모양을 자세히 보면
크게 두 분류로 다르게 조각되어 있다.
두 발을 평행하게 놓아 만들어진 것이 있고,
왼발이 앞으로 나와있게 조각한 것이 있다.
왼발은 사람의 걷는 모습, 다시 말해
생명을 가지고 움직이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어서
그 조각은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반면 두 발이 모아져 있는 상태의 조각은
죽은 뒤의 모습을 재현해 만들어 놓았다!
관에 들어가 있을 때 모아진 발 모양에서 생각한 것일까?
어쩐지 그 뒤로 석상들을 보면 자꾸 발로 시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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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오른발도 아닌 왼발을 내딛는 모습을 만들었을까?
알아보니, 태양이 뜨는 동쪽(왼쪽)과 연관하여 생명의 시작과 재생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는 적에게 나아가는 힘과 용맹함을 담은 것이라고도.
주로 이러한 석상은 그래서 파라오나 귀족, 전사들의 모습에서 활용된다고 한다.
영원한 권력과 힘의 갈망을 석상으로 내세워 21세기의 우리에게도 생명력을 보이는 석상들.
달이 뜨는 한밤중, 가지런히 왼발을 내딛고 서있는 커다란 석상들의 아래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으면 고대 석상들이 언제라도 움직여 나를 보호해 줄 것만 같았다.
해가 지는 어둠 속에서도 압도하는 용맹함이
현대보다 더 빛이 없던 고대에는 얼마나 더 와닿았을지 새삼 상상하게 된다.
길을 걷는 곳부터 들어가는 신전의 입구까지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듬직하게 서있는 신령과도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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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실제 생활에서의 왼발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일상에서의 왼발은 부정과 불운을 상징하기도 해 집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는 잘 들이지 않는다.
고대 이집트에서 왼쪽은 혼돈과 사후세계를 뜻하기도 한 것에서 내려온 풍습인 듯하다.
지금도 너무나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집트인들인데,
그런 가족들이 보호되어야 하는 공간에 불길한 기운이 왼발을 통해 들어온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냐구.
사실 이런 문화는 이집트에만 한정되지는 않았다.
중동이나 지중해 문화권에서도 오른발로 들어서고 왼발로 나가는 것이 복을 부른다고 믿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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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인도에서도 왼손은 부정한 손이어서 밥은 오른손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도 예전 같으면 왼손잡이들은 기필코 오른손으로 밥 먹고, 글씨 쓰는 연습을 해야만 했지.
태고부터 왼손이 부정하다고 여기게 된 계기가 있는 걸까?
서구에서도 비슷한데, 왼쪽은 악마와 불길한 마법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야 오른쪽이 바름을 뜻할 뿐 인도나 이슬람권처럼 종교적으로 강력하게 부정하다고 여긴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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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대다수가 오른손잡이어서 오른손이 표준이라고 여겨진 것일까?
한국생활문화사에서도 위생과 관련해 사람들이 규범을 지키게 하기 위해
측간신을 부엌신이 싫어해 꼭 중재해 주는 우물신을 거쳐 들어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배웠다.
실은 불결할 수 있으므로 부엌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고 오라는 뜻이 담긴 건데,
어쩌면 이런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닐지 궁금해진다.
문화는 참 알수록 신비롭고 놀라워서
어릴 적 신화와 전설, 민담, 설화를 좋아해 매일 지명에 얽힌 옛이야기책을 읽었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허구한 날 책과 자료를 찾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태초 인류의 기억을 들여다 보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의 기원이 있을 그곳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인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