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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22. 2016

문화권별 이원화된 조직문화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17)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각지에 세운 법인들은 현재 현지화가 아주 느리게 진행 중이다. 다른 국가의 글로벌 기업 대비 현지화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다. 심지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현지 진출 법인의 본국 출신의 관리자 수는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경영진부터의 완전한 현지인 체제로의 변화가 상당히 느린 셈이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표면적으론 북미나 유럽의 진출 기업들은 M&A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회사 설립의 방식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히 유럽과 같이 한국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문화권에선 M&A를 통한 기존 인력을 한국 글로벌 기업의 조직문화에 편입시키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추세는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신설법인 설립의 방식이 아닌 M&A를 통한 현지 진출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그만큼 진출국 현지 문화의 이해와 한국적 기업문화 간 조화를 찾는 일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부 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완전한 현지화가 되기까지에는 상당히 갈 길이 멀다. 아직도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은 한국에 있는 본사의 강력한 통제하에 현지의 한국인 출신 경영층이 하고 있다. 중간 관리자층도 차츰 줄어들고는 있으나, 대다수는 아직도 한국인에 의해 통제 및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아직은 한국적 방식에 의한 한국인을 통한 현지법인 관리가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내가 겪은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계 글로벌 진출기업들이 최초에 내세웠던 현지화 청사진에 비하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최초 설립 후, 5년 안에 회사의 최고 경영층 및 주요 관리자는 진출국 현지인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은 주요 한국계 회사들이 현지에 진출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의 현실과도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아직까지는 본국의 결정에 신속히 대응하고, 한국적 스피드로 움직일 수 있는 한국인 상위 관리자 위주의 조직이 편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문화로 볼 때, 유럽 현지 진출 법인이 완전한 유럽식 수평적 문화를 가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본국의 현지법인 대한 정책 선회와 현지 법인으로의 상당한 의사결정권 이양은 선결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현실적인 한국계 기업의 문제는 이원화된 조직의 운영이다.

소수의 한국인 관리자층과 다수의 현지 진출국 직원들의 조직문화는 상당히 차별적으로 이원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당연히 언어의 차이와 문화의 차이가 조직 내 항상 존재하고, 때로는 이러한 이질적인 집단 간에 상당한 긴장관계가 나타날 때도 있다. 양 조직은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업무의 처리방식이나 여가시간의 사용 등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두 국가별 집단은 완전히 분리되어 마치 다른 회사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차별화가 고질화 되어 가고 있다. 동일 회사 내에서 서로의 차이를 너무도 당연시하고 있다. 이는 양 집단 간 급여 차이라는 숫자로 극명화되어 서로의 다름을 당연스레 인정하는 근본적 논리로 제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같은 회사 안에 이원화된 조직이 장기간 계속됨으로 인하여, 한국인 상위 관리자 조직과 중부 유럽 현지인 집단 간에 의사소통의 단절이나 서로의 문화에 대한 지속적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때로는 같은 회사이지만 출신국에 따라 서로의 이해가 달라지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정서가 흘러가기도 한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나 이벤트 등을 통하여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조직의 이원화 운영을 대체할 수는 없다.

본국 출신의 관리자가 상위 관리자의 위치로 계속 존재하고 있는 한, 유럽 현지인의 자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에겐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 보일 것이다. 어느 위치 이상으로 더는 올라가지 못하는 유리천장이 존재하므로 개인의 능력 발휘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지인들이 고위직 관리자가 될수록 더욱 심각하게 맞닥들이게 되는 문제이다.


과연 언제까지 문화권별 이원화된 조직이 지속되면서도 회사의 성장발전이 가능할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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