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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21. 2016

'권위'에 대한 인식의 차이

직장에서의 한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적 차이 (16)

한국인 상사 : "잠깐만, 나 좀 보고 가지!"

한국인 관리자 : (유럽인 관리자에게) "잠깐만 기다려요. 잠깐 상사 방에 들어갔다 올게요."

                         (잠시 후) "당신 먼저 가야겠네요. 갑자기 급하게 할 일이 생겨서..."

유럽인 관리자 : "지금 퇴근하는 길인데, 내일 와서 하면 안 되나요?"

                          "이 시간에 어떻게 새로운 일을 시킬 수 있죠?"

한국인 관리자 :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할 것 같으니, 먼저 퇴근해요."



유럽 내 한국계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재구성한 상황이다.

유럽인이 오버타임을 한 후, 같이 일한 한국인 관리자와 퇴근하려다 상사에게 붙잡힌 장면이다. 한국인 상사가 퇴근하지 않았는데, 먼저 현지인과 퇴근하는 모습이 못마땅한 한국인 상사가 일부러 일을 만들어 퇴근을 못하게 한 것이다. 상사인 자기가 아직 사무실에 있는데 먼저 가는 부하직원이 용납이 안 되는 상사였던 것이다.

아마도 이 상사는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수직적 의식구조를 가진 한국 직장문화에서 상위 직급자의 권위와 이에 대한 맹목적(?) 복종이라는 것은 이 구조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초가 아닌가 싶다.

한국적 직장의 조직구조상 위로 올라갈수록 그 권위는 더욱 막강해지고, 부하직원은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한다. 한국적 조직은 이런 수직적 조직구조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최상위 권위를 가진 사람들에겐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예로는, 인사(人事) 문화나 임원들만 이용하는 식당 등이 있을 것이다.

수직적 조직문화와 유교적 사고방식의 복합 작용으로 연장자나 상사 등에 대한 각별한 예의를 표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조직 분위기는 유럽인의 눈으로 볼 땐 특이한 직장문화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 자리가 먼 곳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상사에게 꼭 출근과 퇴근 인사를 하여야 한다거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퇴근 인사는 발생하기 쉽지 않을 것이지만...) 상사의 퇴근 시간을 할 일 없이 기다려야 한다거나 하는 경우 등이다.

유럽인들의 눈엔 예의를 지키는 미덕으로 느끼기보단, 시간 낭비이며 기회주의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아시아권, 특히 한국 문화에서 유럽인들과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인식은 '나이'와 이에 따른 명칭이다.

한국적 문화에선 모르는 사람이건, 아는 사람 간이건 나이를 알아보고 서열을 정하는 것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나이가 다르면 공식적으로 '친구 관계'가 성립되기 힘들고 선배나 후배 등으로 분류한다. 유럽에 없는 게 선후배란 개념이므로 크게 보면 '친구'의 범주로 분류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차이는 유럽의 '친구 사이'엔 상하관계나 위계질서가 없다.

유럽에선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 친근하게 이름을 부른다. 공통 관심사나 취향이 같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친밀함의 정도는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유럽인들의 '형제'와 관련한 의식도 한국의 '형제간 서열, 장자에 대한 생각'과는 확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유럽의 형제 관계는 한국보단 훨씬 수평적이고, 장자나 형으로서의 의식이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 사회 가정에선 '가장'이라는 귄위가 상당하듯,  조직에선 '직급'의 권위가 지배하고 있다. 상당수의 회사 조직에 직급이 존재하겠지만, 한국 조직문화만큼 이를 드러내 놓고 표현하고, 서열을 가르는 문화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호칭'이다.

특이하게도 한국 직장문화엔 성에 직급을 붙여 부르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호칭에서부터 바로 서열을 드러내는 것이다. 유럽식이라면, 직급과 관계없이 보통 이름을 부르고, 친밀도가 낮으면 Mr. Mrs. 등에 성을 붙여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적 문화에선 공과 사의 구분이 유럽과 비교하면 불명확할 때가 많고, 공적인 직급 명칭이 사적 자리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유럽과 한국문화는 '권위'에 대한 사람들의 인정이나,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다를 수 있으므로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은 유럽 문화권에서 '권위'를 남용하거나 잘못 사용한다면, 이후 벌어진 역기능이 한국에 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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