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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건희에게

스스로를 기르는 일

by springnote

건희에게.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필요하다는데

어른이 된 나 스스로를 기르고 먹여 살리는 일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


어제 밤엔 서류 탈락 메일을 확인하고 밤새 서러웠어.

운동하고, 공부하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스님과 함께하는 알아차림 수행도 하면서

어느때보다 하루에 충실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또 탈락이라니 해도해도 너무하잖아.

별로 가고싶은 기업이 아니었는데도 탈락은 기분 좋지 않더라고.

사주에는 분명 2월에는 취업이된다고 했는데 아닌가봐.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 걸까,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연차가 너무 높아서? 영어 점수가 없어서?

끝없이 자책하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일어나고 나서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서 헬스장에서 몸도 머리도 가벼워질때까지 냅다 뛰었어.


뛰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해먹고, 집을 정갈하고 정돈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삶

내가 갓생 브이로그에서 보던 동경하던 삶이다. 지금 그런 하루를 살고 있는 것 같다.

회사를 관두고 다시 취준을 시작하면서 너무 우울하게 하지말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열심히 사는 비수기 연예인이 된 것처럼 지내자고 다짐했는데 비슷한 루틴으로 살고있긴해,

작품이 없는 연예인 컨셉이라 나도 출근할 곳이 없는 것 빼고.


그냥 나만 봤을때는 솔직히 아직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훨씬 많아.

그래도 스스로를 관리하는 유일한 '나 관리자'로서의 나는 어느때보다 열일하고 있다고 인정해줄래.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나의 비위를 맞추면서 게을러지지 않도록 훈련하는 일은 너무 어렵거든.

글을 써도 기분은 쉽게 나아지지 않네, 충실하게 내 하루를 살다보면 정말 원하는 순간이 올까?

모르겠다. 지금 내가 아는 건 오늘은 수업시간보다 일찍 포토샵 학원에 도착해서 정상적인 컴퓨터를 미리 찾아둬야 한다는 사실뿐이야(학원 컴퓨터가 낡아도 너무 낡아서 정상적인 컴퓨터를 찾는 게 더 어렵더라구)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감기가 유행이던데 감기 조심해 친구야, 꼭 건강해야해!


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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