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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사생활?!

아이를 낳을 용기보다, 기를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by 권선생

최근 한 기사에서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육아휴직을 쓰는 동료 대신 업무를 분담하는 직원에게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올해 상반기 실제 집행률이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있어도,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다면 '있으나마나 한 쓸모없는 제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려 애쓰는 일본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해 (승진 및 보너스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업문화는 여전히 육아휴직을 '눈치 게임'으로 만들고,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에게는 '예전만큼 일을 못한다'는 암묵적인 평가가 따라붙는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맞벌이가 절반이 넘는 시대에 돌봄의 부담은 여전히 부모,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육아휴직, 가족돌봄휴가, 단축근로제 같은 정책들이 명목상 존재하지만,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자는 해당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있다.


현실을 이렇다. 아이가 아프면 누군가는 회사를 쉬어야 하고, 방학이라도 되면 돌봄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학원뺑뺑이'로 아이의 하루 스케줄을 채워야 한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들은 말한다.

"그래도 아플 땐 부모가 직접 돌봐야 마음이 편하다"라고. 나도 그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둘 중 누군가가 일을 멈춰도 생계가 흔들리지 않고, 복직이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순간 오히려 더 큰 짐을 지게 만든다.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족이 아프다 해도 당당하게 휴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과연 얼마나 갖춰져 있을까.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채, 돌봄은 늘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출산율을 걱정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고, 각종 정책을 내놓는 정부와 지자체들은 많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이야기다. 단 한 번의 육아휴직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고, 가족을 돌본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밀려나는 사회라면, 아무리 많은 지원 제도를 만든다 한들 그 누구도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제도는 있고, 법도 있지만, 모두가 "쓰지 않는 것이 예의'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혼자 버티고 있다.


이제는 질문을 바뀌야 할 때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아이를 기를 수 있겠느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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