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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저출산 대책

아이를 낳기 좋은 사회보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by 권선생

저출산 대책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정부는 긴급 돌봄이나 늘봄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하루종일 돌봐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정말 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한 해결책인지 묻고 싶다.

마치 아이가 짐이 된 것처럼 맡기고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 생각하는 것일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하루종일 낯선 환경에서 엄마 없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우리 집의 경우를 생각하면, 엄마나 아빠(간혹 친정엄빠) 없이 낯선 돌봄 센터에 맡기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낯선 공간에서 느낄 아이들의 불안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장기간 아이를 맡아주는 것으로 돌봄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아이들의 정서적인 문제에 대한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듯한 이러한 접근이

과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특히 아이들이 아플 때, 부모의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

아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보살핌과 안정감이다.

낯선 돌봄 선생님이 부모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정서적 유대와 돌봄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내놓는 정책들이

정작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돌봄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혼한 부부가 왜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육아휴직 기간을 조금 더 늘린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돌이 지난다고 아이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거나 아프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다.


내 주변의 엄마들을 보면 아이 하나만 키우는 것도 벅차서 둘째는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워킹맘일수록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면서 부모 중 하나는(대부분 엄마 몫이겠지만) 경력 단절을 감수하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지 않고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때 학교나 돌봄 센터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들과 직접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장의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돌봄 휴가를 더 유연하게 제공하거나 재택근무를 활성화하여

부모가 아이와 보내는 물리적인 시간을 늘리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오늘 한 국회의원실의 뉴스 기사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의원실에 의원님을 포함하여 9명 중 6명이 신혼이고, 출산하여 육아를 하고 있는 보좌진들이 대부분이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고, 고민 없이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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