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가 신지 아닌지는 먹어봐야 알지
이솝우화 중 여우와 포도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배고픈 여우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높은 곳에 달려있는 포도송이를 발견했다. 포도를 먹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도 보고 나무에도 올라타봤지만 결국 포도를 먹지 못했다. 화가 난 여우는 "어차피 저 포도는 시어서 못 먹을 거야" 라며 포기했다.
이런 상태를 흔히 합리화 혹은 인지 부조화라고 한다. 어떤 것을 너무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기에 원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상태이다. 이 상태는 냉소주의와 연결 지을 수 있는데 실패하거나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 냉정하게 세상이나 타인을 대하는 태도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세상과 나에 대한 합리화를 하며 모든 것에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이렇게 생각이 굳어지니 세상 모든 게 재미없어졌다. 새로운 시도는 저 먼 나라 얘기가 되었고, 소확행처럼 주말에 몰아보던 드라마와 예능도 시시해졌다.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재미도 잃어버렸다. 누구를 만나도 얘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뭘 해도 다 따분하고 아침에 어떠한 기대도 없이 눈을 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인생에 대한 기대감을 놓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재밌게 살고 싶었다.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 이전에 어떤 걸 시도해야 할지도 몰랐다. 변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걸 시작해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웠다.
이걸 알려면 방법은 딱 하나. 포도가 신지 아닌지 먹어보면 되는 것. 점프하다 넘어져도 보고, 나무에 올라가다 떨어져도 보고. 결국 포도를 먹었는데 달면 땡큐, 시면 다른 포도를 찾아 나서면 된다. 그런데 말이 쉽지. 듣기만 해도 벌써 지친다. 다시 "어차피 해도 안될 거야"라는 내면의 소리가 슬금슬금 나오면서 스마트폰과 침대가 나를 붙잡는다.
그래도 여전히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설레면서 눈 뜨고 싶다면.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싶다면. 냉소주의자로 남은 내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면. 내가 써본 이 방법들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