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PEOPLE
관계는 우리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십 대에서 노년까지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는지 실험한 결과,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에너지를 관계, 특히 가족과 친구 주변사람들에게
쏟은 사람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행복감을 느끼고 오래 살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문제의 대부분은 스스로의 관계에서 겪는 문제를
거울처럼 보여준다. 우리 자신의 생각을 바꿔나가다 보면 주위사람들과의 관계는 자동적으로 개선된다.
-하버드 대학 로버트 윌딩어 교수 연구결과, 책 모든 관계는 나에게 달려있다-
어느 순간 사람과의 관계에 지쳐서 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말 그렇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고 살게 되면서 아주 소수의 인간관계만 남기고 자연스럽게 모두 정리가 되었다. 또 이미 사람사이의 관계에 현타가 온 나는 더 이상 새로운 친구도 만들지 않았다. 호주에 와서 입에 달고 산 말은 "I HATE PEOPLE". 얄미운 직장동료 때문에, 무례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심지어는 온라인의 수많은 악플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마음을 닫아갔다.
그렇게 지겹기만 했던 모든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후련하기만 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느낌이었다. 나를 신경 쓰이게 하는 어떤 문제도 없지만 어떤 즐거움도 없는 상태.
사실 생각해 보면 그때의 문제는 내 안에 있었다. 외부 환경들과 다른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내면이 불안정해서 작은 말에도 쉽게 상처받고 흔들렸다. 나만의 삶의 주관이 뚜렷하게 없으니 자신의 방식이 맞다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기도 했다. 나를 갉아먹는 인간관계도 끊어내지 못했다.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서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나 자신이 보였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그 관계에서 특히 그 말에 왜 상처받고 힘들어했는지, 내가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속을 다 꺼내어 되짚어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그러려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직접 종이에 적어보며 복잡했던 생각과 마음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나를 알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관계가 예전만큼 힘들지 않았다. 나를 상처 주려는 말들을 어느 정도는 튕겨내는 법을 배웠고, 사소한 말 하나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삶의 주관이 뚜렷하게 생기니 나와 맞는 사람, 좋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막에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관계의 기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명한 인간관계. 아직도 어렵지만 이제는 그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 안에서 잘 헤쳐나가는 법을 나름대로 배우는 중이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면 잠시 모든 걸 멈추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먼저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멈춰있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진 않았으면 좋겠다. 미움도 행복도 사람사이의 관계로부터 오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