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12. 교통카드 이범진공사 흔적들 북방묘지

흔치않은 경험들, 그러나 뿌듯한 여행 시작

by 에따예브게니

버거킹 부르게르킹
지하철에서 교통카드 3일권
페스텔랴5번지 대한제국 공사관
지하철타고 북방묘지로 -두가지 방법
북방공원묘지 이범진공사 묘


-----


버거킹 부르게르킹

아침에 기차를 내리면서 배가 고파서 그냥 기차역에서 패스트푸드 먹기로 합의. 프쿠스노이토치카 (=러시아 맥도날드)는 한번 가봤으니 버거킹 을 맛보기로 했습니다.

기차역 대합실 끝쪽 입구에 있는 버거킹에서 몇가지 세트와 치킨을 시켰어요. 전체적으로 버거는 한국 버거킹이 나은데, 치킨은 훨씬 저렴하고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격은 더블치즈버거 세트, 치킨윙12조각, 라떼 한잔, 추가 스페인식 감튀 이렇게 해서 1450루블 약 25,000원. 여기서는 치킨윙 12조각이 569루블 약 9,700원 이어서 상당히 괜찮은 가격이었던 듯 합니다. (우리나라 8조각 13,700원)

게다가 아침에 시간 보내기도 좋았고, 혹시나 얼리체크인 받아주기를 바라면서 7시 정도까지 시간을 보내고, 택시를 불러서 호텔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에서 교통카드 3일권

호텔 도착해서 얼리체크인 되는 지 물으니 단호박으로 거절당했고, 2시에 와야지만 체크인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가방은 친절하게 맡아 주셨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어요.

쇼파에 앉아서 일단 핸드폰을 만충으로 해놓고, 아침 일찍 가볼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상트에서는 3일 머무을 것을 생각하고 왔지만, 3일짜리 교통카드를 사려고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제가 세웠던 여행계획이 치밀하지 않았기에 교통카드에 대해서 몰랐고, 모스크바에서 써보니까 좋아서, 아마도 상트에도 그런게 있을 것 같아서 기차 안에서 찾아봤던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확실하게 하려고, 호텔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께 물어보니까, 이름이 빠다로쥐닉 Подорожник / Podorozhnik 이고 지하철역에서 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까지 택시 불러서 가서 매표소에 가서 688루블 짜리 3일패스 교통카드 를 발급받았습니다. 이 패스는 지하철, 전차, 버스, 트롤리버스 모두 이용 가능하고, 3일 후에 카드 반납하면 80루블도 돌려준다고 하니 여행객에게는 상당히 조건이 좋은 교통카드임이 틀림 없었어요.

저희가 하루에 지하철 버스를 약 5-6번 정도 탔는데, 하루 반 정도만에 본전을 뽑고도 남아 버린 셈이 되었답니다.



페스텔랴5번지 대한제국 공사관

여행자 최강의 무기인 무제한 교통카드로 무장하고 첫 행선지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로 향했습니다.

주소는 페스텔랴 5번지 Pestelya Street, 5 - 주변에 미하일놉스키 자목 Mikhailovsky Palace 이라는 궁전이 가까이에 있고, 피의 사원과도 멀지 않은 중심가였습니다.

처음으로 전차를 타는 거라서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무사히 근처에 내려서 이후로도 수없이 많음 버스와 전차를 타고 상트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전차는 도로 중앙부를 달리기 때문에 타고 내리는 게 상당히 위험해 보였고, 그래서 그런지 탑승객 자체도 매우 적었습니다.)

전차를 타고 알렉산드르 궁전 근처에 내렸고, 운하를 건너서 페스텔랴5번지에 있는 이범진 공사가 있했던 공사관 건물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자랑스런 한글로 기념패가 하나 박혀 있었어요.

"이 건물에는 1901년 부터 1905년 까지 이범진 러시아 주재 대한민국 초대 상주공사가 집무하셨습니다."

오호호... 1901년에 벌써 이곳에 외교관을 파견했다니. 조선왕조도 약간의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하네요. 물론 초대공사 이범진 님 생의 마지막는 아쉽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망해버린 나라를 위해서 노력하던 모습이 떠올라서 그를 위해서 기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역만리 이 땅에서 고생한 선배들의 자취를 따라가 보기 위해서 이범진 공사가 잠들어 있는 북방묘지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지하철타고 북방묘지로 - 두가지 방법

지하철 타고 북방묘지로 가려고 얀덱스맵을 검색했는데, 2호선 끝에서 두번째 역인 프로스펙트 프로스베쉐니야 метро Проспект Просвещения 에서 내려서 397번을 타는 것으로 안내가 되었어요. 다만 석연치 않은 것이 마지막 정류소에서 내려 1km 이상을 걷는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이건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러면 사람사는 동네에 내려서 택시를 타는 한이 있어도 가보자 생각하고 일단 출발을 했습니다.

프로스펙트 프로스베쉐니야 역에서 내려서 일단 397번을 탑승했고 북방묘지 Северное кладбище 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한 동네 파르글로보 Станция Парголово 정류장에서 일단 내렸어요. 택시를 부를까 생각했지만 혹시나 해서 주변 아줌마에게 물어봤어요.

"북방묘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나요?"
"어, 398번 타면 돼."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어, 셔틀처럼 왔다갔다 하는거니 곧 올거야, 나는 갈테니 좀만 있어봐."

오, 그리고 얼마 안있어서 398번이 건너편에 정차했다가 곧 유턴해서 우리앞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얀덱스맵은 완벽하지는 않았고, 상트의 대중교통은 생각보다 더 잘되어 있었음이 확인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북방묘지 가서 알게된 사실인데, 2호선 피오네르스카야 Станция метро Пионерская 에서 221번 타도 북방묘지 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북방공원묘지 이범진공사 묘

북방묘지는 생각보다는 대단히 큰 공원묘지 였어요. 묘역 관리사무소도 크고, 그 앞에 꽃파는 점포도 10개 이상 성업 중이었어요.

적당한 조화를 하나 사서 공원입구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그 큰 묘지에서 이범진 공사 묘를 찾을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묘역 지도를 보니, 오! 묘역에 묻힌 유명인사 명단 6번에 이범진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은 후에 경비같아 보이는 아저씨들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보여 드렸어요.

"실례지만, 혹시 한국사람 이범진 이라고 여기 6번에 써있는 분 어디있는 지 아세요?"
"오, 이봄진, 내가 알려줄께. 저기 보이는 오른쪽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서 쭉 가면 오른쪽에 곧 보일꺼야."
"아,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알까? 영사관에서 홍보활동이라도 하나. 여기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묘소 중에 이범진묘를 그렇게 잘아는 관리인 아저씨를 만났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저희 세가족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범진묘에 헌화하고, 기도드리고, 사진찍고 곧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저씨를 또 만났습니다.

"잘 찾았어?"
"아, 넵,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갈아타는 것보다는 한번에 전철역까지 가는 221번을 타고 피오네르스카야 역 까지 와서 지하철타고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상트페테르부르크 북방묘역과 시내 날씨는 화창했고, 저희는 여행의 시작을 멋지게 시작했다는 자화자찬으로 기분좋게 화요일의 오전을 맞이하였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