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상트 026 이층기차 쿠페 탑승기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기차역
기호2번 형님 집에서 짐을 빠르게 챙겨서 택시 불러서 레닌그라드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기차표는 모스크바 사는 선배님이 예매해 주셨고. 송금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유머니 카드 있어서 이런 예매도 큰 문제없이 가능할 듯 했습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기차역은 도착지 방향을 기차역 이름으로 쓰는데 레닌그라드 는 옛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지명으로서 현재까지 굳어진 이릉 으로 남아 있어서, 저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레닌그라드 기차역으로 가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트페테르부르크 가는 기차가 꼭 레닌그라드 기차역에서만 출발하는 건 아닙니다. 2025년 6월 현재, 대부분이 레닌그라드 기차역에서 출발하지만, 일부는 보스톡 기차역, 일부는 키예프 기차역, 일부는 쿠르스크 기차역 등에서도 출발하니 사전에 체크각 꼭 필요해요.
레닌그라드 기차역 = Ленинградский вокзал / Leningradsky station
쿠르스크 기차역 = Курский вокзал / Kursky station
보스톡 기차역 = Восточный вокзал / Vostochniy station
키예프 기차역 = Киевский вокзал / Kievsky station
(참고로 모스크바 내의 기차역은 모두 10개 - 벨라루스, 카잔, 키예프, 쿠르스크, 레닌그라드, 파벨레츠, 리가, 사뵬로보, 보스톡, 야로슬라블 기차역)
25년6월 현재 레닌그라드 기차역은 대대적인 공사중. 그래서 대합실을 거의 이용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마도 공사가 끝나면 우리나라 서울역이 경성시절 서울역에서 현대적인 서울역으로 탈바꿈 했듯이 변화될 것으로 보여서 매우 기대되기도 합니다.
캐리어를 열심히 끌고 승강장 방향으로 바로 직진했습니다. 승강장으로 들어가려면 러시아 어느 대량 운송수단(기차 또는 비행기)을 타려해도 필수적인 짐검사 엑스레이를 거쳐야 하고, 그후에 승강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승강장까지는 표 없이도 들어갈 수 있어서 배웅도 가능하지만, 기차를 타려면 객차마다 있는 승무원의 표검사 후에 승차가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짐검사 엑스레이를 위해서 한번의 줄을 서고, 객차에 타기 위해서 한번의 줄을 서야 하오니 참고.
예전에 타던 열차와 다른점은 두가지였습니다.
하나, 열차가 매우 깨끗해 졌다.
둘. 이층객차가 생겼다.
열차가 매우 깨끗해 졌다는 것은 그만큼 신형 객차가 많이 공급되었다는 것이고, 이층객차는 점점 더 러시아에서도 열차에 대한 기술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다만 그에 비례해서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진 것 같기는 해요.
열차는 가격따라서 구형이 배정될 수도 있고, 신형이 배정될 수도 있습니다. 기차역에서 잠시 관찰한 바, 전체적으로 신형객차가 더 많이 눈에 띄는 듯 했고, 예전에는 카키색에 가까운 어두운 초록색이었는데, 최근 열차들은 러시아철도청을 상징하는 로고 에르줴데 РЖД / RZD 가 선명하게 붉은색을 박혀 있어요.
이층열차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에서도 경춘선 이층객차를 눈으로만 보고 실제 타보지는 못했는데, 이곳 모스크바에 와서 아래 위 모두에 각각 이층침대가 있는 열차를 내가 탑승하다니 신기했어요. 그런 감정 외에도 2층이라서 뭔가 상당히 효율적이고, 미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러시아철도청 에르줘데 РЖД RZD Russian Railways 의 철도유형 대략 정리해 봅니다.
-고속철도 삽산 Сапсан Sapsan
-일반 장거리수송 열차
-교외열차 및 공항철도, 지하철
위 카테고리가 정확히 맞는 건 아닌게 일반 장거리 수송열차 중에도 빠른 열차 라스토치카 또는 익스프레스 등이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그건 고속열차 까지는 아니고, 일반열차 중에서 빨리가는 것일 뿐입니다.
고속열차 삽산에는 침대칸이 없이 고속으로 주파하는데 특화된 열차이므로, 침대차가 있는 일반 장거리열차와는 분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일반장거리 수송열차 부분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시베리아횡단열차 형태의 기차입니다. 보통 6인실 3등칸 플라츠카르트, 4인실 2등칸 쿠페, 2인실 1등칸 에스베 (or 룩스) 등으로 나누는 데 보통의 관광객이 타는 침대카는 4인실 쿠페 가 대부분.
3등칸 플라츠카르트 = Плацкарт
2등칸 쿠페 = Купе
1등칸 에스베 = СВ (Спальный вагон)
학생들의 경우 또는 유투버들의 경우, 6인실 플라츠카르트 를 타는 경우도 많아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 이기도 하고, 칸막이가 없어서 다른 칸의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격이 저렴해서 침대길이가 짧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에 의해서 방해받기에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더 위험하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학생 때에는 6인실 플라츠카르트 타고 시베리아 횡단열차 전구간을 여행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장거리열차도 등급별로 속도 또는 객차의 상태가 달라지는데, 저희 가족이 탔던 026 열차는 '스메나 아 베탕쿠르' 라는 별칭이 붙은 조금 빠른 열차로 모스크바 - 페테르부르크 를 7시간 42분 만에 주파해서 체감상으로도 매우 빠르게 느껴지는 열차였습니다.
2층으로 된 객차로 각 층에 8개의 쿠페 4인실이 있어서, 한 객차에 64명이 탑승하고, 각 객차에 승무원 1명 및 화장실 3개가 딸려있는 구조였어요.
화장실 수는 충분해서 아침에 씻는 시간 대기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아서 편했지만, 너무 빨리 도착해서 잠잘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이었던 것 같습니다.
열차를 타보시면 알겠지만, 객차 내 하나의 방인 쿠페 안에서는 아래칸이 훨씬 편하긴 합니다.
아래칸에서는 때때로 앉아 있기도 편하고, 책상도 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격도 아래칸이 더 비싸요.
다만 모스크바 - 상트 처럼 타자마자 잠들게 되는 기차는 크게 장단점이 차이나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처럼 세식구 라면 아래칸 하나에 윗칸 두개 예매하는 게 맞는 듯 합니다.
저희 쿠페 에 남는 한자리는 어떤 아저씨였는데, 특이하게도 핀란드 거주하는 아르헨티나 분으로서 러시아 여행온 사람. 그래서 메시로 대동단결하여 즐겁게 대화하고, 잘 자고, 아침에 바이바이 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 여행도 왔었고, 인상도 좋은 분이었는데, 아르헨티나 에서는 범죄 때문에 살기가 어렵다고... 한국은 치안도 좋고 한국사람들 똑똑하다고 칭찬도 해주고 축구도 잘 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만남 이었습니다.
추가로 기차 객차 승무원이 간단한 간식류도 팔고 있고, 식당칸도 있어서 짧은 하룻밤 여행이라면 물 외에는 굳이 필요 없어 보입니다.
150루블 내면 샤워실에서 샤워도 가능하던데, 하룻밤 기차라서 대충 세수와 이만 닦고 낼리게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그닥 습하지 않아서 땀이 곧 말라서 그런지 하루종일 다니면서 그닥 못씼어서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약 10시에 탑승한 열차에서, 타자마자 30분 정도 후에 잠자리에 들었고, 도착 한시간 전에 일어나서 씻고, 내릴 준비해서 5시50분 정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있는 '모스크바기차역'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대하던 22년 전 상트의 추억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