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전망의 축구장
저희가 모스크바 루쥐니키 에서 축구장 투어에 재미를 붙여서 상트에서도 제니트 돔구장을 가보기로 합의를 보았어요.
그래서 점심을 먹고 나서 재빠르게 제니트 구장 홈페이지에서 오늘자 투어 예약을 하고 지불을 완료. 개인당 1000루블로 루쥐니키 경기장 보다는 100루블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제니트 경기장은 월드컵을 위해서 만들어 졌고, 후원사가 가즈프롬 이라는 세계적인 재벌이기에 돈도 많고 팬들의 충성도도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여담이지만, 2000년대 초반에 상트 시내에서 스킨헤드들이 출몰할 때에, 제니트 훌리건들도 난동 피우기로 유명했어요. 그래서 머리 빡빡이들하고 파란 스카프 두른 애들 모여 있는 곳에는 최대한 근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그래서 전성기 때에는 한국 선수인 김동진 현영민 이호 등이 활약했었고, 한국팀 감독이었던 비쇼베츠, 딕아드보카트 등이 제니트의 감독으로 부임하기도 해서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팀이예요.
게다가 구장 자체는 2018년 월드컵 때에 4강전 3/4위전 등이 치뤄졌던 곳이고, 팀 자체는 UEFA 슈퍼컵 우승을 한 적도 있어서 여러모로 관심이 많이 가는 장소였습니다.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홈구장 이름은 가즈프롬아레나. 지하철 역 이름도 제니트 역 метро станция Зенит / Zenit metro station
제니트 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보이는 커다란 돔형 축구장. 겉에서 봐도 최신식인데 실제 견학 중에도 많은 감탄요소가 있었습니다.
다만, 시작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이 투어티켓 예매 후에 어디로 오라는 안내를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해서 입구를 찾아 헤매었던 것.
처음에 제니트 구장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1A 출입구를 금방 찾아서 들어갔을 텐데,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기에 거의 4분의3를 돌아서야 출입구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가즈프롬 아레나 견학을 한다면 꼭 오른쪽으로 향해서 저희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약 2분 정도 늦게 들어가서 저희 가족 때문에 투어가 약간 지체되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저희도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급한 게 없었고, 투어 자체도 지난번 루쥐니키 보다 훨씬 많은 곳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VIP석과 라커룸, 운동장 밟아보기 등등은 비슷했지만, 추가적으로 맨 위층의 파노라마 전망을 360도 전체 둘러보는 과정이 있었고, 비디오도 보여주고, 프레스룸도 보여주는 등 루쥐니키와는 조금 차별성을 갖는 요소들이 있었어요.
투어가이드 역량만 따지면 루쥐니키의 여성분이 더 짜임새있고,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반면에, 가즈프롬 스타디움의 여성분은 더 열정적이고, 더 많은 곳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제니트 투어가이드는 정말 제니트의 찐팬이고 구단에 대한 자부심이 더 많았다면, 모스크바 루쥐니키는 프로 가이드를 고용해서 쓰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제니트 경기장 투어에서 가장 압권은 7층 정도 높의의 경기장 가장 상단 스탠드를 빙 둘러서 360도 돌아보는 과정.
여기는 진짜 왠만한 전망대 보다 더 전망이 좋아서 제가 '전세계에서 가장 전망좋은 경기장'으로 꼽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쪽에서 사진으로 확인 부탁 드립니다.)
3면이 바다전망을 가졌고, 저 멀리 이삭성당 등이 또렷히 보이고, 바로 근처에 있는 가즈프롬 본사인 라흐타센터 가 멋지게 배경으로 자리잡고, 근처에 있는 해변과 새로 지어진 도로 등이 멋들어지게 연결되어 있었어요.
투어 시간도 거의 두시간. 걸어다니느라 힘들긴 했지만, 스무대가 넘는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이것도 가스프롬아레나 (=제니트 홈구장) 의 자랑거리 라는 설명도 들어 보았고, 전체 파노라마 전망대도 구경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고, 또 마지막에는 이호와 김동진의 사진도 확인하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가졌답니다.
마지막에 찍어놓은 이호와 김동진 사진은 나중에 유투버에게 제보해서 '맨인유럽' 같은 프로그램이 전쟁이 끝나면 한 번 찾아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경기장 투어 후에 다시 제니트 역을 통해서 다음 행선지인 바실리섬 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