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나 좋은분 나쁜놈 이상한놈 다 있다.
고속열차 삽산을 타고 모스크바의 레닌그라드 기차역 도착. 집에 가는 방법에 대해서 지하철과 기차 중에서 고민을 약간 했습니다. 지난번에 기차 탑승 시에 레닌그라드 역 근처가 공사중이었거든요. 역앞에서 택시 정차할 만한곳이 없었는데, 택시를 불렀다가 만나기가 힘들게 되면 하는 걱정에 지하철을 선택했습니다.
레닌그라드 기차역 에서 지하로 바로 연결되는 통로를 따라서 지하철 5호선 콤소몰스카야 Komsomolskaya 에 도착해서 티켓을 사려고 키오스크 앞에 섰습니다.
모스크바 지하철역 시스템은 여기서 약 5분 만에 좋은분과, 이상한놈과 나쁜놈을 동시에 만났습니다.
키오스크 앞에 줄을서자, 이상한 아저씨가 다가와서 자기표를 사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그냥 저희가 사서 쓰겠다고 하고 무시하고 키오스크에 돈 내고 표 한장을 사려는 찰나, 어떤 좋은 아주머니 (편의상 1번 레이디)가 다가오더니, 표 세개를 주면서 이걸 쓰라고 하시네요.
음, 이분은 선한 얼굴과 진지한 표정이어서 "아, 감사합니다." 하고 세장을 모두 받아서 와이프와 아들한테 한장씩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각자 길을 가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 지, 나쁜놈 아줌마 (편의상 2번 날강도) 가 나타나서 이거 자기 달라고 저희에게 이야기 하는 겁니다.
그런데 길을 가던 착한아줌마 (표주신 1번 레이디)가 저에게 "이거 저사람 주지 마세요. 내일까지 쓸 수 있어요."하고 사라지셨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와 아들에게 그냥 그 표 넣고 들어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2번 날강도 아주머니가 순식간에 개찰구에서 저희 와이프와 아들이 사용한 표 두장을 빼내서 가버렸습니다. 아들과 와이프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크게 클레임도 못하고 티켓을 강탈당해 버렸어요.
와이프와 아들은 정확히 상황이 파악이 안되어서 그 2번 날강노 가 표 달라고 하니, 그사람이 주인인 거으로 순간 착각했다고 해요.
어쨌든 저희는 결론적으로 제가 가지고 있던 1번 타켓만 무사히 구해내고, 나머지는 패앗겨 버린 안타깝지만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희 와이프는 이후에 자기가 러시아어로 상확 파악을 못한 것에 대해서 매우 안타까워 했답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저보다 러시아어를 잘했던 사람인데 20여년의 세월차이가 아쉽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나쁜 인간에 대해서 더 확실히 경고를 안해줬다고 저에게 클레임을 걸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번일을 통해서 모스크바에도 이상한 인간들은 어디나 있고, 밤에 사람이 적은 곳은 경계를 좀 더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비해서 치안이 좋아진 건 확실하지만, 언제든 상황은 급변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모스크바에는 백야까지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모스크바도 충분히 고위도기 때문에 밤 늦은 시각에도 아주 어두워지지는 않고 적당한 어둠의 밤이 지속됩니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건 러시아가 전쟁중 인데도 여기 수도의 밤이 그닥 아끼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각종 문화재에 환히 불이 켜져 있었고, 지하철 등도 밤늦게까지 여전히 매우 자주자주 오가고 있었으며, 담날 조식을 준비하러 간 마트도 24시간 운영중이고, 유람선 등도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어요.
이게 돈을 들이 부어서 억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러시아에서 불황의 그림자는 잠시 다녀가는 여행자에게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언제가 거품이 꺼져서 커다란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겠지만, '위대한갯츠비'에서와 같이 현재의 모스크바는 불이 꺼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바라지만, 빨리 전쟁을 끝내고 예전과 같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러시아가 복귀하고, 우리나라와 협력도 계속 이어가기를 염원하면서 모스크바 복귀날의 에피소드를 기록해 봅니다.
추가 - 폴랸카 역에 가면 우리나라 태극무늬 같은 디자인으로 된 벽화(벽장식)가 있어요. 그 작품의 이름은 젊은가족 이라고 하며 러시아 작가 고랴이노프 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표지에 사진 추가드립니다. "Молодая семья" (С. А. Горяино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