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도 너무 넓다. 그래도 사진은 잘 건짐
소련시절의 향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면서 이것저것 상징적인 건물들이 많이 있어서 한번쯤 찾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정문에 있는 소비에트의 별이 있는 건물과 중앙의 분수대는 러시아 국가 또는 홍보성 영상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아이콘들입니다. 시간이 된다는 전제 하에, 방문하여 한번쯤 사진으로 남길만 해요.
이곳에 가려면 모스크바 6호선 베데엔하 지하철역 (V.D.N.Ha.) 에서 내리면 바로 연결됩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 모스크바의 상징과도 같은 우주정복자 기념비 Monument to Conquerors of Space / Монумент Покорителям космоса 가 보이고 그 옆길을 따라서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정문에 닿을 수 있습니다.
베데엔하 자체가 상징적이기도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베데엔하 역 바로 앞에 있는 '우주정복자 기념비'가 오히려 더 방문할 가치가 높다고 봅니다.
모스크바 시내를 오가면서 저 멀리서 보이는 기념비였고, 가까이서 찍는다면 사진으로 더 멋지게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가족도 이날 방문에서 최대의 성과라고 꼽는다면 이 우주정복자 기념비 옆에서 찍은 사진이었어요. 특히 아들의 뒷배경으로 찍힌 사진이 상당히 잘 찍혀서 모두가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이 기념비는 1958년 스푸트니크 발사 후 우주시대를 기녕하기 위해서 공모전을 통해 설계되었고, 1964년에 개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념탑 하부에는 각종 조각과 함께 우주비행사 기념박물관 Museum of Cosmonautics 이 들어서 있어요.
저희 가족은 여기를 갈까, 베데엔하 안쪽에 있는 34번 전시장의 우주항공센터 Pavilion № 34 Center Aerospace and aviation 를 갈까, 하다가 34번 전시장을 다녀왔는데, 결론적으로 실패한 선택이었습니다.
34번 우주항공센터 는 일단 너무 멀고 전시물도 약간 잘 관리 안된 느낌입니다. 혹시 우주관련 박물관 가보시길 원한다면 여기 베더엔하 역 바로 앞 우주비행사 기념박물관 을 가보실 것을 더 추천드려요.
그러나 베데엔하 안쪽에 들어가서 분수까지는 꼭 걸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베데엔하 분수는 '국제우호 분수' Friendship of Peoples of the Ussr Fountain 라는 주제로 16개의 쏘련 인민의 복장을 한 분들을 조각상으로 만들어서, 현재 러시아에서 쏘련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로 꼽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지금도 잠재의식 속에 소련시대에 대한 향수가 있는 듯 하고, 푸틴대통령 또한 그런 국민들의 생각을 잘 파고들어서 현재의 전쟁상황에서도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는 듯 해요.
어쨌든 정치를 떠나 러시아의 그러한 소련시절 향수가 발현되는 곳이 바로 여기 베데엔하 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러시아가 세계를 호령하던 소련시절, 우리 16개의 민족들이 뭉쳐서 이렇게 식량을 증산하고, 모두가 잘사는 공산주의 소비에트를 만들었다."
이런 테마를 건축물과 조각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장소 베데엔하. 다만, 잘 만들어지긴 해쓰나 너무 넓어서 저희는 힘들었습니다.
끝까지 걸어가는 데만 30분이 걸려서 다시 돌아오는 시간 및 우주항공센터 관람까지 해서 거의 세시간 가까이 걸렸고, 너무 힘들어서 오전에 체력이 방전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혹시 다음에 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베데엔하 에서는 분수까지만 다녀오실 것을 권하고, 지하철역 바로 옆 우주정복자 기념비는 잊지말고 꼭 들르시고, 좋은 사진들 많이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P.S. 사실 저는 베데엔하 보다는 2차대전 대조국전쟁 기념관 가보고 싶었지만, 전쟁중인 나라의 전쟁박물관에 간다는 게 다소 꺼려져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러시아와 관계가 좋아진다면 2치대전 기념과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