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에 따르면 모더니즘 건축 흐름에서 건축가는 크게 세 가지 수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육체적인 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기능적 수준의 건축가’다. 기능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세련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축가들이다.
이보다 조금 나아간 두 번째 단계는 우리의 영혼을 충족시켜주는 ‘지적인 건축가’들이다. 이들은 우리들이 보통 생각지 못하는 스마트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건축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건축을 한 단계 발전을 이루는데 큰 공헌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이르지 못한 경지에 이른 건축가들이 있으니 그것은 인간의 영적인 레벨을 터치해주는 세 번째 단계인 ‘영적인 건축가’들이다. 이들은 건축의 사조에서도 자유롭고,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유행에 따르는 건축이 아니며, 시대정신과 같은 변화하는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변하지 않는 인간 자체의 근본적이고도 실존적인 질문에 공간으로 답을 해주는 건축가들이다.
이들의 건축에는 보통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이 달려온다. 한마디로 ‘예술’이라고 말로 표현하면 될 것이다.
이런 수준의 건축가로 루이스 칸이나 안도 타다오를 꼽는다. 루이스 칸의 건축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실제로 실제로 가보고 나서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안도의 건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뮤지엄 산’과 제주의 ‘본태 박물관’, ‘지니어스로사이’다.)
최근에 파주 출판도시 내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만난 ‘알바로 시자’도 이 부류에 속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알바로 시자는 말 그대로 건축이 가져다주는 시적 감동을 우리에게 맛보게 해 준다. 건물과 자연의 조화, 감각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의 연결을 모티브로 하는 그의 건축은 창문이 곳 ‘붓’이고 벽이 ‘캔버스’다. 시간이 변함에 따라 시시각각 환상적인 자연광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로 인해 그 공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이 가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건축 자체가 주는 감동을 한 번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관람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혼자 돌아다닐 수 있다.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내 행복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세계 건축기행’인데 칸과 더불어 시자의 작품도 그 목록에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