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믿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부모나 교사가 될 수 있다
책아놀자!
책말이 산뜻하면서도 중의적이어서 좋다. ‘책아놀자’라는 것에는 책읽기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책과 더불어 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오랜 기간 책 읽기를 가르쳐 온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독서교육에 대한 희망과 절망 중 하나에 손을 들라고 하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해야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책읽기에 점점 무관심해지는 아이들에게 나 또한 어느 정도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글쓴이 오여진선생님은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독서에서도 반복과 실패의 과정이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책모임을 권하면서도 조급해하지 말고, 믿고 기다리라고 말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왔을까? 물론 자신의 독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을 것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며 쌓은 내공이 저자의 자신감을 키워주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꾸린 가정독서 모임의 경험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힘은 혁신학교 교사로서 살아온 삶의 경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글쓴이도 밝히고 있지만, 혁신학교에서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무엇을 시키느라 애쓰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심지어 문제가 생겨도 아이들이 해결방법을 찾는다. 그런데도 교사의 권위가 낮아지기는커녕 더 높아진다. 교육의 힘은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을 믿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혁신학교에서는 아이의 성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아이들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배움은 결과가 아니라 전적으로 과정이다. 독서교육의 방점도 책을 몇 권 읽는 것보다는 책을 통해 소통하고 성장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와 소통을 하며 성장을 함께 격려하고 돕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정독서 모임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을 믿는 것만 가지고도 훌륭한 부모나 교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이례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용기를 주는 말이다. 그 과정에서 책이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니, 아무쪼록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내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엄마표 독서법 '책아놀자'를 실현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