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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Sep 09. 2022

건축보다 빛나는 건축사진 찍기

피사체로서의 건축물

  건축사진 작가인 마르쿠스 브레트는 “건축물은 촬영할만한 가치가 있는 대단히 좋은 피사체이다.”라고 말했다. 건축물은 움직이지 않으며, 지시를 할 필요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어떤 때든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을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얼핏 보면 매우 쉬워 보인다. 그렇지만 건축사진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건축물을 새롭고 흥미로운 모습으로 표현해내는 일이다. 우리는 매일 건물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그 건물에 예술적 가치가 깃들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건축물에 주목하는 것이 바로 건축사진의 묘미다.      


  건축사진의 중심피사체는 건축물이다. 건축물이 시각적 구성을 지배하며, 화면에 나타난 다른 사물은 부차적이다. 여러 개의 건물을 보여줄 경우에는 중앙에 배치되거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물이 지배한다.

  보다 예술적인 건축사진은 건물 주변의 환경을 이미지 구성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시각적 비중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사물과 건축물 간의 매혹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이때 건물은 중심에서 벗어나 비슷한 중요도의 피사체와 결합해 보다 미적으로 보이게 해 준다.

  이처럼 건축사진을 찍을 때는 건물 표현의 방법을 나름대로 구상하고 찍는 것이 좋다. 건물을 중심 피사체로 할 것인지, 아니면 조합된 피사체의 일부분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사체로 가장 좋은 건축물은 무엇인가?

  새것이든 낡은 것이든, 매력이 있던 없던 모든 건축물은 좋은 피사체로 삼을 수 있다. 그 매력은 건축물의 특징에 따라 규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건물의 시각적 활용 방식이다. 건축물의 유형에 따라 주변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새 건물을 기록으로 남기려면 사진 중앙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구성방법이다. 오래된 건물, 사라지는 건물이라면 주변 환경의 일부로 놓고 볼 때 더 흥미로운 구성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건축사진을 찍을 때는 주변상황과 환경에 대한 풍부한 감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건축이라는 고정된 피사체를 다루기 때문에 공간과 차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촬영에 앞서, 피사체를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과 방법을 선정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물론 촬영 후 보정의 과정을 거쳐 보완할 수 있지만 이 첫 단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미지가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집중적인 후보정 작업을 거친다 한들 마법처럼 흥미로운 이미지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피사체가 되는 사물이나 장면을 포착해내는 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안셀 애담스는 “한 해 동안 가치있는 사진 열두 장만 건져도 훌륭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약간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능이 있건 없건 분명한 건 피사체를 구별해내고 상황을 파악하는 안목은 훈련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피사체를 알아내고 안목을 훈련시킬 수 있을까? 두말할 필요 없이 다양한 건축물을 계속 방문하고 찍어보는 것이 좋다. 디지털 시대의 사진가는 많이 찍고 삭제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많이 찍어서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좋은 사진을 걸러내다 보면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것을 찍을 수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이야기하자면 흥미로운 건축물이 있는 장소의 전경을 많이 찍어 보는 것이다. 촬영 후 이미지를 세심하게 연구하고 살펴보면 사진 속의 어떤 부분을 부각해야 피사체가 더욱 흥미롭게 보이는지 알아낼 수 있다. 편집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화면을 잘라내어, 여러 강조점과 구성을 만들어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해보면 금방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후에 이 아이디어를 기억하고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가면 이미 피사체의 앵글이 잡혀있기 때문에 촬영이 한결 수월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건축물 사진을 많이 보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왜 이렇게 구도를 잡았는지를 생각해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찍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해보면 의외로 개성 있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은 삼차원적인 공간을 이차원의 이미지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런 차원의 전환으로 인해 원근법이 뒤따른다. 원근법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평면에 부각하는 것이다. 사진들은 소실점 투영법이라고 불리는 중심투영의 원칙을 따름으로써, 우리 눈에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지각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원근감은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이미지 안의 공간적 관계는 카메라를 옮길 때마다 변한다.

  건축사진에서 기하학적 형태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원근법의 소실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사진에 찍힌 건물의 전체적인 인상에는 소실점의 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 중앙소실점 원근법의 경우, 먼 곳을 향해 나아가는 평행선들은 사진의 중앙이자 수평선에 위치한 소실점에서 끝나게 된다. 이런 컷은 침착한 맛은 있으나 시각적으로 매우 단조롭다. 따라서 두 개의 소실점을 갖는 이미지가 보다 큰 역동성을 지닌다. 이런 구성은 삼차원적 형태를 띠기 때문에 건물의 부피감을 잘 보여준다. 반면에 건축의 특징을 모호하게 만드는 단점을 지닌다. 사진에 표현된 역동성이 피사체의 고유한 건축적 인상을 흩뜨러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개의 소실점을 가진 사진은 ‘충감도’, 또는 ‘조감도’라고 불리는데 이때 카메라는 수평선이 아닌 수평선보다 높거나 가상의 점을 지향한다. 이런 유형의 원근법은 카메라를 위나 아래로 기울일 때 발행하는데, 한 프레임 안에서 건물 전체를 보여줘야 할 때 사용한다.





노원수학문화관, 삼각형 땅에 지어진 건물로 어느 방향으로 찍는가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도봉구에 있는 김근태 기념도서관, 서울시건축대상 수상작이다. 소실점의 수에 따라 전혀 다른 건축사진이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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