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에 작은 돌

by 예인

지난 월요일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뜨자 시야가 좌우로 마구 흔들렸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긴 했다. 본식 당일 메이크업을 받던 중 무슨 지진이 난 것처럼 시야가 흔들렸다. 그때는 위아래였는데 이날은 좌우였다. 눈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싶어 핸드폰에 검색하려는데... 갑자기 세상이 미친 듯이 빙빙 돌면서 어지럽고 울렁거리면서 토할 것 같았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서울랜드에 있는 쳇바퀴 모양 놀이기구 다람쥐 통을 10배속으로 돌려 타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누워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도 마치 유체 이탈을 한 듯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가 대각선 방향으로 기운 채 아래로 쏟아지듯 무한히 움직였다. 말 그대로 이 세상 어지러움이 아니었다. 숨쉬기가 힘들어 과호흡을 하기 시작했고 이마엔 식은땀이 흘렀다.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알 수 없는 고통에 불안하고 무서웠던 것 같다.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도통 움직일 수가 없어서 울면서 5cm씩 2시간을 겨우 기어서 갔다. 코 앞에 있는 화장실을 못 가서 빗자루처럼 바닥을 쓸고 다닌 꼬락서니는 애처롭기 짝이 없다. 그 와중에 화장실이든 어디든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남편이 부러웠다. 몸을 맘대로 가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제야 알았다.


남편에게 늘어지듯 기대어 곧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병원에 도착했다. 검색하면서 추측했던 것처럼 이 병은 이석증이 맞았다. 의사는 안심시키려는 말인지 너스레인지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죽을병은 아니라고 했다. 순간 '선생님 혹시 T세요?' 하고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T를 비하하려는 건 아니고 단지 괴로워하는 나와 달리 의사의 차분한 표정과 말투가 얄미웠다.)


고작 귓속에 작은 돌이 조금 제자리를 벗어난 것 뿐인데도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압도당하고 몸을 가눌 수 없다. 잘난 척하지만, 인간이 이렇게도 약하다.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잔 어지럼증이 남아 괴롭기는 하다. 그래도 멀쩡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름의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