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색이나 레이스가 치렁한 공주풍 파자마가 좋다. 전에는 속옷이나 잠옷처럼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 것에 쓸 데없이 돈을 왜 쓰는지 이해가 안됐던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느낌이 들어서 그게 좋다. 가장 후줄근한 상태의 나여도 그대로 괜찮게 느껴진다. 공주도 치장 전에 후줄근한 건 마찬가지일 거 아냐.
어느 여름에 샀던 무지개 우산이 좋다. 원랜 칙칙한 날씨에 그나마 화사한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좋았다. 참, 그런데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무지개는 비가 개인 하늘에서 보이지. 앞으로 그 우산이 더 좋아질 것 같아. 비를 빨리 그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꼬리치는 강아지가 좋다. 나에게 바라는 건 쓰다듬어주거나 먹이를 주는 것뿐일 순수한 생명체들이 좋다. 비슷한 이유로 아기들이 좋다. 아기들은 아주 작은 나의 도움으로도 목 놓아 울던 울음을 그치고 웃는다.
남편이 참 좋다. 꾸밈과 가식이 없는 사람. 그의 직설적인 말들은 나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이제는 그의 진심을 충분히 알고 있다. 온통 나를 향한 걱정뿐이었다. 진심의 말은 내가 스스로를 갉아먹는 무수한 생각에서 벗어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왔고, 그로 인해 매일 조금씩 편안해 지고 있다.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좋다.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할 구석이 하나씩 더 생기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독서하기.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내는 그 기분이 좋다.
적어 놓고나니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제 언제든 불행에 빠진 나를 구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