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by 예인

늦봄에 너를 집어삼킨 우울로 가지가 앙상한 나무뿐인 황량하고 쓸쓸한 겨울을 다시 걷게 되어 많이 힘들었지? 제대로 된 이유도 모른 채 몸집에 비해 작디 작은 크기의 감옥에 갇힌 듯 잔뜩 움츠러 들어있었잖아. 너는 강하고 단단하지만 안에는 물러터진 속이 있어. 그동안 잘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아 몰랐을거야. 우리 치유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아픈지도 모르면 치료를 할 수도 없잖아. 네가 얼마나 아팠는지 알았으니 이제 나아질 일만 남은 거야.


2년전, 네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었지?


"조급해하지마, 예인아. 돌아가도 괜찮아.

계속 가다 보면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에 도착해 있을 거야.”


2023년 여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다르지 않아. 대신 꼭 기억해줘. 옳은 길이란 없어.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에 이르기만 하면 돼. 얼마나 걸리든 그것도 중요하지 않아. 삶을 여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잖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건 적당히. 순간 순간 너를 즐겁게 하는 일을 따라가봐.


여행을 즐기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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