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고골
학원 선생님께 추천받은 초 단편이다. 러시아 고전 문학 이야기를 하다가 러시아 문학이 괜찮다며 추천받았는데, 개중에서 가장 짧은 단편. 고전이라 저작권이 만료되었기에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하게 나와 있는데, 비록 평은 나쁘지만 읽기 편한 이북 중 하나를 골랐다.
러시아 문학 이야기가 나온 까닭은 <죄와 벌> 때문인데, 죄와 벌도 그렇지만 이 외투 역시 제정 러시아 도시 생활의 처절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지독한 삶의 차이. 그것이 곧 사회주의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것일까.
죄와 벌도 그렇고 외투도 그렇고, 배경은 상트페테르부르크다. 지금은 예쁜 도시, 여행하고 싶은 도시로 유명하지만 당시 그 도시에 사는 일반 백성의 삶은 처절했다. 외투의 주인공 아카키에비치는 공무원인데도 혹독한 북방 겨울 추위를 막아줄 제대로 된 외투 하나 마련하기도 힘겨운 처지다. 딱히 능력이 없어서 평생 9급 서기 노릇을 하느라 돈을 못 모았다고는 해도, 그래도 공무원으로 십수 년을 일한 사람이 입을 옷 하나 없다니.
어느 날, 결국 외투 등판이 전부 해져 더는 수선할 수도 없게 되자 그는 하는 수 없이 새 외투를 맞추기로 한다. 딱히 원하지 않은 옷이지만, 아카키에비치도 사람인지라 오랜만에 새 옷을 갖는 기쁨에 들떴다. 무릇 물건은 사고 난 후보다 사기 직전의 기쁨이 더 큰 법. 아카키에비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외투가 만들어지는 기간을 잘 버텼고, 마침내 새 외투를 입고 추위를 전혀 느끼지 않으면서 관청에 출근했다.
재미있게도, 그렇게도 아카키에비치를 놀리고 또 놀리던 사람들은 외투가 바뀐 순간 그를 남달리 대한다. 심지어 상류층 파티에 초대도 한다. 아카키에비치가 새 외투를 입고 자기가 사는 낡은 거리를 떠나 상류층의 거리로 들어서면서, 나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삶이 모두에게 잔혹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 화려한 거리에 사는 상류층들은 담배를 피우고 카드놀이를 하고 샴페인을 마시며 떠들썩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아카키에비치도 이제 새 외투를 받았고 그들 속에 섞였으니 그들처럼 행동하고 싶어 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건달들을 만나 외투를 빼앗기면서 짧았던 화려한 삶은 곤두박질친다. 그 강도 사건에는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경찰 서장도, 장관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고 오히려 호통만 쳤다. 속이 타들어간 아카키에비치는 고열을 앓다가 죽었고, 그 후로 그 부근에 외투를 노리는 유령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 유령은 언젠가 아카키에비치를 혼쭐 냈던 장관과 마주쳐 그 외투를 빼앗고 나서야 종적을 감추었다.
그 유령은 당연히 아카키에비치다. 그 후로 누군가 유령을 봤다고 하는데, 아카키에비치의 생전 모습과는 달리 콧수염도 기르고 덩치도 큼직했다고 한다. 당연히 장관에게 빼앗은 외투도 걸쳤을 것이다.
짧고 유머러스한 문체여서 금방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작가인 니콜라이 고골은 우크라이나 사람이지만 러시아에서 활동하며 러시아어로 작품을 썼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외투는 곧 계급의 상징이다. 아카키에비치는 새 외투를 마련한 순간 볼품없는 9급 관리에서 계장의 초대를 받아 상류층에 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장관의 외투를 뺏아 입은 유령마저 숫기 없고 궁상맞던 모습에서 점잖고 당당한 모습으로 바뀐다.
당시의 사회는 사람을 계급, 혹은 겉모습으로 재단했던 모양이다. 아카키에비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새 외투를 입고 상류층을 잠깐 엿보면서 마치 자신도 상류층이 된 것처럼 느꼈고, 그걸 빼앗기자 죽어서도 외투를 찾아다녔으니까.
살아생전 아카키에비치가 외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에서는 당시 러시아 관료들이 얼마나 부패하고 허영에 차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그런 윗사람들 밑에서는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을까. 그나마 아카키에비치는 죽어서라도 고급 외투를 빼앗아 상류층으로 올라갔으니 결말은 좋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