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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Nov 30. 2021

잠수

나는 당신의 우울 안에서 헤엄쳐.

깊고 검은 응축된 감정 안에서 팔을 버둥거리고

종아리 근육을 뻣뻣하게 허덕이지.


무언가를 그게 무엇이든 움켜잡으려 손아귀 가득

힘을 주고 손 끝으로 에너지를 뻗어내.

그럼에도 잡히는 건 없고 나는 그물 안에서 펄떡이는 생동감 넘치는, 생존을 갈망하는 한 마리 생선이 되어 파르르 떨어.

숨을 쉬고 싶어도 내뱉어지는 건 우울감 허무함 공허함 망상 단말마 같은 비명.


내가 들이마시는 건 숨이 아니라 연료지.

픽 꺼지고 싶어도 기계처럼 픽 꺼질 수 없어서

억지로 주입되는.


닿지 않는 심연의 깊이에 겁이 나.

수심이 깊어서 끝을 알 수 없지.

당신은 나의 깊은 우울 안에서 헤엄쳐.

나는 그런 당신의 우울 안에서 같이 춤을 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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