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엔 거울에 비치는 말간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투명해서 읽을 수 없는 표정 하나가 거기에 있다.
드리워진 낯빛은 퍽 해맑아 보이지도 음습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무표정한 구석 한가운데에 뾰로통- 제법 심술보가 튀어나온 것도 같지만 왜 그러는지 나는 모른다. 그렇기에 거울에 비치는 말간 얼굴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눈만 데구루루 굴리고 있는 거겠지.
골이 난 마음속에 내리는 비가 제법 궂은 장마철 같다.
얄궂게도 나는 내가 왜 이러나 알지 못한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소소한 행복이라도 찾으면 나아질 텐데 도무지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나는 거울을 본다.
해서 그 거울에 비치는 말간 얼굴엔 읽을 수 없는 표정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