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의 시대이자 몰개성의 시대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날개를 자기PR(Public Relations)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점차 날개 코스튬이 유행하면서 날개에 색을 입히고, 타투를 새기고, 액세서리로 꾸미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오로지 날개를 치장해야만 자기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한낱 동물에 그친 것 처럼.
날개는 더 무거워졌고 사람들의 등은 날이 갈수록 더 굽어갈 수밖에 없었다. 등이 굽은 사람들은 점점 날개 아래로 파묻혔고 이따금 날개의 무게에 압사당한 사람의 부고가 뉴스 끝자락에 실리곤 했다. 패션계에서 어필하던 코스튬이 시들해질 무렵, 의학계에선 날개 제거수술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며 기사를 냈다.
그러자 이번엔 하나 둘 날개를 절제하기 위한 성형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갑자기 가벼워진 몸에 적응하지 못했고 속도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이번엔 교통사고 사망자가 늘어났다.
언제나 그렇듯 부작용이 발생한 사람들도 생겨났다. 과다출혈이라던지 쇼크사 등 이제 막 실험을 마친 날개제거수술은 생각보다 위험했고 날개를 제거한 이보다 제거하지 않은 이가 여전히 많은 세상이었다.
<날개의 새로운 활용방안>에 관한 리포트를 써야 하는 학생 앤디는 <21세기 진화론>을 읽다 욕설을 내뱉었다. 레포트엔 아직 한 글자도 적지 못했다. 쓸모없어 제거해야 하는 날개에 활용이라는 단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앤디는 굳이 따지자면 날개를 제거하자는 입장이었다. 미리 받은 스무 살 생일선물은 날개제거수술비용이었으니까.
아직 어린데 벌써 날개를 제거할 필요가 있냐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수술을 결심했다. 또래들보다 유독 날개가 무거운 편이었기에.
그런 그의 스무 번째 생일날 아침. 성년의 자유를 만끽하며 일어난 앤디는 날개가 조금 줄어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늘 느끼던 무게감이 달라진 탓에 위화감마저 들 정도였다.
익숙해져서 가볍게 느껴지는 건지 정말로 날개의 무게가 줄어든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체감상으로는 어깨 뒤의 굳건하던 무게감이 많이 덜어내진 상태였다.
아무도 날개의 무게에 대해 말하지 않았기에 그 또한 먼저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그토록 바라오던 순간임에도 그는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평범했던 그에게 날개의 무게가 줄어들고 있다는 건 홀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들어본 전례가 없었다. 인류에겐 없는 현상이 자신에게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은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며칠 동안 각종 서적과 연구기록, 웹사이트, 심지어 엔젤윙신드롬의 시초였던 q들의 원인을 담아둔 고전 보고서에서도 날개의 무게가 줄어들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무게가 줄어들었다고 느낀 그날 이후 앤디는 수시로 거울로 날개를 살펴보았지만 육안으로는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여전히 쓸모없는 존재가 등에 붙어있었다. 사흘간 고민하다 그는 성형외과로 향했다. 어차피 없앨 날개인데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날개제거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짧게 끝났다.
유년기 이후 처음으로 앤디는 등을 쫙 펴고 활처럼 허리를 꺾으며 기지개를 할 수 있었다. 척추를 따라 양 날갯죽지를 타고 개운함이 퍼졌다. 날개를 잘라낸 부분은 흉으로 남게 될 테지만 짐을 덜어내고 나니 발걸음도 가벼웠다.
의학기술은 계속 좋아졌고 앤디의 날개처럼 절제된 날개들은 날갯죽지에 날개가 돋아나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식하는 데 사용되었다. 날개를 잘라낸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누구는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잘라버리는 날개를 어째서 돈을 내고 붙이려고 하는 걸까. 이 무게를 날개 없던 이들이 버텨낼 수 있을까.
세계는 펜데믹 끝에 평화를 되찾았고 인류는 상생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