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뒤, 병원과 연계된 이식센터에서 앤디의 날개가 코드번호 AG930408번에게 이식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절제수술 시 동의했던 사항으로 그의 날개가 냉동상태로 보관되어 있다가 피부이식 적합자를 찾은 것이다.
AG930408 번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데 태어났을 때부터 영양실조로 날개뼈에 날개가 돋아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곳은 추위가 심해 사람들이 날개로 추위를 견디며 살아가는 국가라 날개이식은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일반적인 기증은 원칙상 기증자의 신원이 비공개인데 날개이식은 반대로 날개기증자의 신원은 모두 공개되고 날개이식자의 신원이 비공개처리가 되는 방식이었다.
이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는지 그는 이식센터를 통해 짧은 감사카드를 한 장 받아보게 되었다. 처음 보는 언어로 쓰인 카드 옆엔 통역사가 해석해 놓은 감사합니다 한 줄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그 날개에 문제가 있던 것이 사실로 밝혀지는데는 반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식센터를 통해 기증한 날개가 줄어들어 이식자의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선 <돌연변이 중의 돌연변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앤디의 날개에 대한 이야기가 퍼졌다.
AG930408은 날개제거수술 후 새 날개를 이식받아야만 했고 끝내 이식받은 새 날개의 부작용으로 사망했다는 짧은 부고가 날아왔다.
앤디는 자신의 날개에 관한 소식을 떠들어대는 뉴스를 보며 무심코 어깻죽지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아물었지만 여전히 날개가 있었다는 흔적이 등 뒤에 남아있었다.
그 후, 앤디의 날개는 조각조각 잘려서 세계 각 곳의 연구소로 넘어갔다. 날개에 대한 그의 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나마 기증된 날개로 추위를 이겨냈을 AG930408의 이식부작용과 사망을 다룬 기사보다 돌연변이 날개연구 진척에 대한 기사만 하루에 수십 개씩 뜨곤 했다.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는 이식자가 죽었는데도 언제나 그래왔듯 기대한 적 없는 세계의 태도는 냉담했다. 날개는 무익하다는 명제를 깨부수는 일이 되었지만.
앤디의 날개가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는 소문 때문에 한때는 거짓으로 날개가 줄어들었다는 신고가 늘어나기도 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AG930408는 고아였기에 사망 후 날개는 그쪽 국가에 귀속되었다고 했다. 여태껏 그런 선례가 없었기에 양 국가의 싸움도 연일 화제였다. 기증자의 국가 이식센터로 반송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식받은 국가에 귀속되야하야 한다는 주장.
물론 그런 다툼 이전에 앤디의 날개에 대한 그의 권리는 어디에도 없었고 AG930408의 수술부작용과 사망으로 인한 보상이라던지, 날개권리에 대한 대가 등 그런 시시콜콜한 일들은 언제나 세계가 돌아갔던 상황대로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앤디는 금전적인 것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생각했다. 그 중 얼마가 이식자의 장례비로 돌아간 걸까.
앤디의 부모님도 언론에서 연신 떠들어대던 돌연변이 날개의 원 주인이 앤디였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날개로 큰 부를 거머쥘 수 있는 기회였는데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으니까.
별 볼일 없는 소형 매스컴에서만 딱 한 번 c국가에 살고 있는 10대 E군의 날개였다고 보도했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 날개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도,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대형 매스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내용이 아닌 이상 사람들은 소수의 말을 잘 믿지 않으니까. 단지 자신의 날개도 돈벌이가 될까, 혹은 자신의 날개도 돌연변이라면 미리 제거해 두어야 수술리스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것에 몰두했다.
우스운 일이었다.
어쨌거나 날개가 돋아난 가장 유력한 가설은 방사능 노출에 의한 돌연변이이기에. 인류 모두가 돌연변이인 세상에서 더 돌연변이가 될까 봐 걱정하는 상황이라니.
앤디는 연일 앵무새처럼 같은 이야기만 다뤄 되는 매체를 꺼버리곤, 습관처럼 어깻죽지를 만졌다. 오래전 그의 날개처럼 날개뿌리의 뼈도 조금 줄어든 느낌을 받았다.
툭 튀어나와 날개제거의 흉터흔이 남아있어야 하는 자리가 움푹 꺼진 느낌.
이전에도 이런 위화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사람들이 그의 날개뼈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알면 이번엔 더 시끄러운 소란이 일어날 테니까. 더는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이번엔 매일 거울을 보며 날개뿌리의 상태를 체크했다. 주변의 날개제거수술을 한 이들은 모두 여전히 튀어나온 날개뿌리가 보였는데 앤디의 것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 이야기의 끝은 그랬다.
어느 날 거울을 본 그의 날개뿌리에서 혹이 사라지고 상흔만 희미하게 남았다. 등에 날개의 뿌리조차 없는 앤디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은 여전했으나 그는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여전히 개성과 몰개성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앤디는 돌연변이 중의 돌연변이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앤디는 결혼을 했고 아내는 아기를 낳았다. 날개의 뿌리뼈가 선천적으로 없는 아기. 돌연변이라고 할 수 없었다. 후천적인 날개제거시술을 한 이들의 후손은 선천적으로 날개가 돋아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던 시점이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후손을 위해 점차 더 이른 시기에 날개를 제거했고 <22세기 진화론>에선 공식적으로 인류의 마지막 날개를 보존하고 있던 a씨의 죽음을 끝으로 엔젤윙신드롬이 종료되었다고 다뤘다.
세계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또 다른 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엔젤윙신드롬은 인류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질문하는 신의 퀴즈다.”
왜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학자가 되었냐 하면 인류의 역사에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낭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날개가 있든 없든 간에 인류는 계속 진화했고, 날개로 인한 길고 길었던 해프닝은 그 속에서 티끌만 한 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