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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20. 2024

1. 날개 -2

엔젤윙신드롬.

그것은 이제 소수의 희귀병 사례만으로 남을 수는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점차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에서 사람에게도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패닉이 진정되고 사람들에게 날개가 익숙한 존재로 자리 잡았을 즈음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인류의 마지막 보루는 날개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감할 가치가 없는 말이라고 여겼다. 실용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날개가 인류의 마지막 보루라니. 그 말은 시류에 휩쓸리지 못하고 그대로 떠밀려나 버렸다.


그렇기에 그 말을 남긴 학자는 역사엔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야 말았다.


날개.

그것은 이제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날개가 돋아난 초기엔 인류의 무엇을 위해 날개가 생긴 걸까,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날개는 왜, 어떻게, 어떤 기능을 하기에 돋아나게 된 걸까.


각국에서 모인 연구진들은 인류의 진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가설을 기반으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날개의 존재가 방사능으로 인한 돌연변이,라는 것이었다.


인류는 방사능 때문이라는 가설이 나오자마자 연구와 날개를 포기했다. 삶의 의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차피 돌연변이라면 개척해서 도움 될 게 없다는 결론엔 인류 모두가 동의했다.


『21세기 진화론』에서 다룬 방사능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 중 하나가 현실로 닥쳤음을 인정했기에 받아들인 우울한 결말.


인류 모두가 동의한 딱 하나의 의견은 날개는 무익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방사능에도 면역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였지만 진화가 아니라 퇴화 쪽에 가까워진 날개의 존재 이유는 인류에겐 아픈 상흔이자 치욕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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