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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16. 2024

1. 날개 -1

시작은 그랬다.


어느 날 q는 등 근육이 뻐근해지면서 뼈가 뒤틀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람들이 흔히 ‘날갯죽지’라고 하는 그쯤의 위치가.


처음엔 그저 뻐근한 불편함이었으나 반나절이 지나는 동안 고통은 소강하지 않고 되려 거세졌다. 금방 회복될거라 여기며 방관하던 통증은 시일이 길어져도 호전되지 않고 마음 한켠의 불안감만큼 커졌다.


그리하여 q는 뒤늦게 여러 병원을 내원하며 병명을 수소문하였고 의사들은 전부 원인을 찾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q는 물리치료나 민간요법을 쓴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자 원인 모를 이 증상의 시발점과 자신의 통증 기록을 SNS에 매일 업로드했다. 언젠간 자신과 유사한 희귀병(이라고 생각되는)을 앓고 있는 사람과 닿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1차적인 목적을 가지고.


초반엔 수억 개에 달하는 게시글의 파도에 묻히기 일 수였으나, 100일이 지날 때쯤 꾸준하고 특이한 콘셉트가 정해진 q의 sns 기록들이 불특정다수의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며 유명 커뮤니티로, 인터넷 기사로, 미디어의 뉴스거리로 확대되었다.


일 년쯤 지나 q의 기록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전세계에서 비슷한 증상을 가진 이들의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q는 (원인 모를) 그 증상의 대표 격으로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언론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벌떼처럼 이슈 거리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웹서핑 속에서 q의 증세에 적당한 호기심을 보였고, 그 중 같은 증상을 앓고 있다고 밝힌 소수의 사람들만이 q의 목적처럼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생성하여 증상과 치료법을 공유했다.


q들의 사례 또한 점차 퍼져나갔고 카더라 통신과 온갖 괴담과 엮인 이 이슈에 내내 침묵하고 있던 정부는 q들이 밝혀진 바 없는 일시적인 증세를 마치 치료법 없는 전염병인 것 마냥 과장하여 세계적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입장표명을 했다. q가 첫 증상을 sns에 업로드 한 지 5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난 뒤의 결과였다.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q에겐 대응할 가치조차 없을 악성 루머들이 따라다녔고 한동안 업로드 활동을 중단했던 q는 어느 날 새벽엔가 상반신을 벗은 채로 뒤돌아서서 등에 날개가 돋아난 사진 한 장을 마지막으로 업로드했다.


-나는 마침내 천사가 되었다


라는 글을 남기고.


이 게시물을 끝으로 q는 더 이상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 게시물을 시발점으로 저마다 비슷한 증상을 알렸던 다른 이들도 천사처럼 등에 날개가 돋아나있는 사진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계정활동을 멈췄다.


큰 이슈가 되기는 했으나 반복되는 노출에 피로도가 심했던 사람들은 점차 q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겨갔고, 그렇게 q들의 이야기는 묻히는 듯했다.


그 후로도 마이너 사이트들에선 암암리에 잊을만하면 q에 대한 루머가 공공연히 돌아다녔다. 날개가 돋아나있던 사진은 조작이더라, 정부에게 입막음의 대가로 거액을 받고 진실을 은폐한 것 같다더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더라, 등등  가타부타 많은 설이 돌았지만 어느 것 하나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q의 근황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확인되었다.


q들이 잠적한지 삼 년 후, 휴양지로 유명한 모 나라의 작은 섬에 있는 종교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해당 종교시설을 이용하던 신도들이 집단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였다. 사망한 시체들은 각 국의 다양한 인종들이었는데 모두들 날갯죽지가 난도질한 듯 살점이 잘려나간 흔적이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는 괴이한 사건이었다.


정부의 공식발표는 없었으나 사람들은 자극적인 뉴스에서 자연스레 잊고 있었던 q들을 떠올렸다.


실제로 부검 결과 치아를 통해 한 시체가 그 유명했던 q라는 것이 알려졌다. 정부에서 대외적인 노출이 없었음에도 q의 정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인권운동회에선 희귀병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여 q들이 희생양이 된 건 아닌지 과실여부를 놓고 정부와 싸움을 벌였고, 이 일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어 전 세계적인 인권시위로의 파급력이 있었던 사건으로 유명했다.


실제로 그들의 날갯죽지 쪽에선 혹처럼 큰 살점이 돋아났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후 세계의 유명 기업들의 지원 아래, 통칭 “angel wings syndrome” 연구팀이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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