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송국을 그만둔 이유_2
https://youtu.be/DUeyfXDpy8Q?si=lLaDmwPSUN-u9ZBg
앞 영상에서 내가 근무했던 대형 방송국에 대해 말했다. 관련하여 이어서 말하려고 하니 못 보신 분이 있다면 보시고 오시길 추천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내가 왜 그곳을 그만뒀는지 얘기해 보겠다.
첫 출근을 하고 며칠 이내로 목걸이형 카드 출입증 그리고 명함을 받았다. 내 이름 옆에 PD라는 글자와 방송국 도메인을 딴 메일 주소가 신기하고 좋았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첫 서울 생활에서 오는 두려움과 아는 사람 없는 곳에 홀로 있다는 외로움, 기대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11월에 입사한지라 어쩌면 사내 분위기도 한몫했는지 모른다. 넓은 사무실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긴 휴가나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담당 팀장마저 프로젝트 진행 때문에 자릴 비우고 있었으니 갑자기 출근한 내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이가 없어 나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11월이니 웬만한 프로젝트 들도 완료된 상황이라 당장 내가 할 일도 없었고, 출근해서도 멀뚱히 앉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당시 회사 사장 자리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오가고 있어 분위기 또한 어수선했는데 그렇다 보니 사무실 내의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릴 지키고 있는 내가 점점 한심해지기 시작했고 출근하는 게 답답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홍보직으로 출근한 나에게 센터장은 대뜸 2~3개의 참고 자료를 주며 제안서와 기획서 작성을 지시했다. ppt 작업을 할 줄은 알지만 제안서를 쓸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던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원하는 결과물을 내려 애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키워놓은 PPT 실력이 지금도 꽤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니 결과적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긴 했다. 어쨌거나 나는 부족한 참고 자료를 뒤적거리며 센터장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어느 수준인지 감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을까. 센터장의 방에서 아주 큰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xx!!라는 욕설이었는데 순간 너무 놀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동요하고 있지 않았던 걸 보면 늘 이렇게 해온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서울의 회사는 원래 이런 건가? 대기업은 원래 이렇게 일하는 건가? 저렇게 일해야 높은 자릴 올라갈 수 있는 건가?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그리곤 생각했다. 차라리 더 안정적인 회사로 이직하자. 그때부터였다. 매일 같이 채용공고문을 확인하며 이력서를 준비한 게 말이다. 근무한지 7개월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후 계속해서 이직을 준비한 나는 서류와 면접, 자기소개 ppt를 거쳐 서울의 한 문화 재단 정규직 과장으로 최종 채용되었다. 그렇게 서둘러 이직한 나는 어렵게 입사한 그곳을 일주일 만에 퇴사하게 되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방송국에서 더 버텼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일주일 만에 퇴사한 이야기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야겠다.
#방송국 #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