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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Dec 30. 2022

2022년 회고

IT 영어, 사이드프로젝트, 그리고 워킹맘

오늘은 벌써 2022년 마지막 근무일입니다.

잠깐 짬을 내어 올 한 해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1.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


지난 9월 말, SaaS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여 IT 영어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마케팅테크 SaaS 프러덕트를 만들어 전세계 기업에 세일즈하는 회사로, 저는 회사의 첫 인하우스 한영번역사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마케팅과 광고 업계의 전반적인 트렌드 분석 뿐만 아니라, 광고 시장의 밸류 체인 속 수 많은 플레이어들 간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과 정책들을 스터디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제가 그동안 자신이 없었던 IT 용어도 추가로 공부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생각으로 매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내가 잘하는 분야에 안주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내가 일해온 분야에서 계속해서 인정을 받고 싶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노력을 더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몸을 던져보았고, 감사하게도 저를 믿고 받아주셔서 지난 3 개월간 여러 개발자분들과 일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IT 용어를 자유롭게 머릿속에서 쏙쏙 뽑아서 쓸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매일 부지런히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


번역은 대학원을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대한민국 기업에서 영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고, 충분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 밥줄(?)이 끊길 일은 없는 분야가 IT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훌륭한 SaaS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내가 서포트하는 기업이 쟁쟁한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돋보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절로 동기부여가 됩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매일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보람찬 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2.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


이직을 하면서 브런치 글을 처음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에 생각은 많은데, 실제로 생각을 글로 옮기고, 그리고 마침내 발행하기 버튼을 누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몸소 실감했습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이지만, 아무나 쓸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잡다한 번뇌를 지우고 그저 계획한 대로 쭉쭉 해나가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새해에는 조용히 시작해보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두 개나 생겼습니다. 모두 세상 사람들이 보다 더 글을 잘 썼으면 하는 마음에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하나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을 번역해서 종이책 출판이나 이북 퍼블리싱해보고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IT 번역을 하면서 찾아보고 스터디하는 지식을 사람들에게 읽기 쉽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최대한 간단하게 콘텐츠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중입니다. ㅎㅎ 이 두 개 모두 3개월 전부터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던 것들이지만, 이제는 이것 저것 잴 것 없이 그저 시간을 투자해서 실행에 옮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2023년이 끝날 때 즈음, 다시금 회고 글을 쓸 때에는 최소한 둘 중 하나라도 삽을 떠서 작은 성과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3. 워킹맘의 워크 라이프 밸런스 찾기


생각보다 워킹맘이 주변에 없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일 잘하는 또래 여성 동료들이 많았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마침내 유치원 갈 나이에 주위를 둘러보니 저처럼 일을 계속 하는 동료를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다들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결혼은 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았거나. 저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계속 하는 동료를 많이 보지 못했고, 심지어 이번에 이직한 회사에서는 제가 1호 워킹맘이라는 사실에 다소 놀랐습니다.


사실 워킹맘의 삶은 너무 고단합니다. 당연히 워킹대디의 삶도 고단합니다. 고단하지 않은 삶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워킹맘의 삶이 일반적으로 남편과 아이 없이 일하는 사람보다 조금 더 괴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주 돌봄 제공자로 가정을 지키면서도 모두가 뛰는 마라톤에 같이 뛰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이 마치 저에게 '가정을 잘 돌봐주는 것은 너 밖에 할 수 없어' 라고 저에게 말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우리 가정을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나는 일도 하고 동시에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돌봄까지 수행할 수 있는 멋진 존재야!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매일 나만 돌봄 에너지를 내어주는 것 같고, 아무도 나를 돌봐주지 않은 기분이 들면 너무나 힘이 듭니다.


학창시절, 남학생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고, 승진을 하는 것. 그 모든 게 결국 치열하게 투자한 시간의 결과인데, 여기에 아이를 낳자마자 여성들은 추가로 가정 돌봄에 대한 책임이 더해집니다. 모두가 함께 마라톤을 뛰는데 워킹맘들만 추가적으로 무거운 짐을 더 등에 지고 뛰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너무 느리다고, 혹은 뛰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놀림 받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여자들은 많은 대안을 찾습니다. 그 무거운 짐을 부모님에게 대신 들어 달라고 하거나, 대신 들어줄 사람을 고용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편하게 다른 선수들처럼 똑같이 레이스만 생각하며 뛸 수 없습니다. 사실 내가 그 짐을 들고 가야 하는데.. 하는 죄책감에 그렇게 빨리 뛰지도 못합니다.

물론 그 짐을 같이 들고 뛰는 남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짐을 안 들고 뛰는 다른 남자들을 보면서 저들은 아무런 짐 없이 잘 뛰어 가는데 이러다 내가 뒤쳐지겠는 걸? 어차피 여자는 남자보다 빨리 뛰지도 못하는데 이거 그냥 원래 다 여자가 지고 마라톤에서 빠져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렇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까지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많은 시간 눈물을 흘렸고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워킹맘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임의 규칙을 새로 배우는 시간이 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아이가 벌써 5살이 되어 유치원에 갑니다. 내년부터는 보다 더 많은 현인들의 생각을 책으로 읽고,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보면서 정말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만의 단단한 철학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프란스 드 발의 '차이에 관한 생각 (Different: Gender Through The Eyes of A Primatologist)'이라는 책을 읽는 중인데, 내년 1분기 중에는 꼭 완독을 하고,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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