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기로 다짐하며 쿠킹클래스를 재차 듣는다. 지난번 수업 '캐비어 주먹밥'에 대한 글과 약속한 책도 전달한다. 쿠킹클래스 J이사는 캐비어 화장품 '가히'를 중점으로 써주기를 바란다. 석 달만에 다시 듣는 캐비어 레시피 수업이라 여유 있었고 이번에는 캐비어보다 철갑상어가 궁금했다.
철갑상어는 1억 7천만 년이나 된 살아있는 화석으로 분류되며 상어와는 관련이 없는 어종이다. 공격적이지도 않다. 비늘이 없고 톱니 같은 지느러미의 모양에 철갑상어로 불리는데 회귀성어종이라 민물과 바닷물에서도 살 수 있다. 얼굴은 험상궂지만 1억 7천만 년을 응축한 듯 철학적이고, 유난히 긴 허리에 흰 반점의 라인은 공항에서 야간에 활주 하는 여객기 창문처럼 아름답다.
뾰족한 주둥이에 이빨이 없고 네 개의 수염으로 먹이를 걸러 먹는다. 러시아의 철갑상어인 벨루가는 7m로 거대하지만 한국에 자생하는 중국철갑상어는 3m까지 자란다. 산속 호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100년을 사는데 암컷은 150년까지도 산다. 성장이 더디어서 10여 년은 지나야 산란을 하니 철갑상어의 알이 비싼 이유는 공급부족에 있었다.
배를 갈라 알을 채취하였으므로 멸종위기종이었지만 이제는 양식으로 개체수가 늘었다. 마사지를 하며 자연분만을 유도하고 2kg가량 알 전체를 채취해야만 패혈증으로 죽는 일이 없도록 기술력도 좋아졌다. 수온과 체온이 같은 때 알을 낳는다고 하니 관리도 조심스럽다. 의외로 나이 먹은 알이 품질이 좋아 할머니 철갑상어의 알은 그 값이 몇 배나 더 비싸다고 한다.
철갑상어 알의 지방산이 인간의 것과 일치하여 피부의 진피 속까지 침투하는데 엘라스틴과 콜라겐을 활성화시킨다. 필러라든가 리프팅 같은 성형외과적 조치 없이 바르는 것으로도 누구나 쉽게 피부미용을 할 수 있다. 4주간 사용으로 효과를 본다는데 막내딸은 바로 효과가 있다고 할 정도였으니 비싼 값을 하는가 보다.
캐비어의 까만색에 윤기가 흐른다. 트러플(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와 함께 3대 진미의 식재료로 알려진 캐비어는 블랙다이아몬드로 블리며 납작한 둥근 캔으로 500g인데 수백만 원이라고 한다. 얼마인지는 묻지 않았다. 15g, 30g이 십수만 원이라니 짐작만 하는 게 나았다.
이번에는 캐비어로 만든 주먹밥을 김치 없이 먹어보라는데, 캐비어만 오감을 통해 맛보라고 티스푼 가득 담아 올려 나왔다. 알이 톡톡 터지는 촉감도 느껴지고 비릿한 향도 있다. 아마 가격에 비해 캐비어 맛을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비싸고 귀하다고 맛있는 건 아닐 것이다. 냉동해서는 안 좋은 지 간수를 뺀 소금으로 염장을 한다. 짭조름한 맛은 방부제를 넣지 않고 소금에 절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맛이었다.
거대 암모나이트 화석의 발견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캐비어는 요리에 마지막 장식으로 쓰일만하다. 캐비어를 활용해 내가 만든 레시피 요리로 지인들과 축하자리를 만들어 즐거움을 선사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공룡의 시대는 철갑의 시대인가. 베란다 한편에 공룡을 닮은 작은 새와 수조에 철갑상어를 기르면 쥐라기공원에 와있는 셈이다. 철갑을 두른 물고기와 1억 7천만 년의 시공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나누면 아마 그것이 별미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