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스 with 샤세 to 프로그레시브 링크(Chase with Chasse to Progressive Link)!
탱고에서 투 웍(Two Walk)과 링크(link)를 마무리 짓는 동작인 클로즈드 프롬나드(Closed Promenade)가 탱고의 기본동작이다. 세 가지 동작만으로도 탱고를 출수 있을 만큼 중요한 기본동작이다. 기본을 충분히 익힌 뒤에 배우는 체이스(chase) 동작은 다양한 엔딩(ending)을 만들어주는 다이내믹한 피겨이다. 초급동작이라지만 쉽지 않았다. '체이스 샷세 링크'는 클로즈드 프롬나드로 끝나는 대신, 오른발로 전진하여 여성을 막아서고는(SQQS) 여성의 체중이 오는 것을 몸을 인도하듯 받아 샷세(SQ&Q)로 이동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다시 왼발의 깊숙한 어크로스(Across) 링크로 자세의 여유를 찾게 되었을 때, 아웃사이드 스위블(Outside Swivel) 또는 폴어웨이(Fallaway) 등 방향까지 바꾸어가며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어 유용하고 화려한 피겨이다. 링크도 어크로스(Across)하라고 할 정도이니 빠르고 강한 템포의 춤이 매력적이다.
두 번의 낚아채는 듯한 체이스라는 용어가 이해되지 않아 사전을 뒤적였다. 체이스의 대표적인 뜻은 '추격하다'이지만, 낚아챈다는 뜻도 있다. 그것도 추월하거나 사냥감을 잡기 위해 낚아챈다는 뜻이다. 탱고의 '체이스 샷세 링크'를 교습받는 중에도 동작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때, 마침 제주여행을 딸가족들과 하고 있었다. 손녀에게도 체험학습이 될 만한 어장체험이 유행이었는지 일정에 넣어 찾아보게 되었다. 돌돔이라고 하는 어종을 야외 어장시설에서 낚고 그것으로 회를 쳐 점심으로 먹는 스케줄이다.
가두리양식장 같이 넓은 시설에 칸막이 겸 이동도로로 쓰이는 다리 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운다. 떡밥미끼를 수심에 맞게 찌를 던져놓으니 돌돔무리들이 미끼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도 훤히 보였다. 물었다 싶은 순간 찌는 물속에 잠겼고 잡아채야 할 것 같아 낚싯대만 위로 들어 올렸다. 번번이 떡밥만 떼어 먹히고 돌돔은 유유히 사라졌다. 낚싯대를 들어 올려서는 바늘에 걸리는 게 아니었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비스듬한 사선의 각도로 재빠르게 낚아채야 한다. 찌가 물속으로 사라지고 하나 둘 셋을 세는 타이밍 또한 중요했다. 채는 방향과 타이밍이 조교로부터 훈련받은 요체였다.
겨우 한 마리가 낚였다. 돌돔의 힘이 느껴질 만큼 낚싯줄을 당기고 있었다. 일단 걸린 게 확인되었으면 서서히 몰고 와야 한다. 낚싯대를 당겨 올리는 대신 릴을 감으면서 돌돔을 발아래까지 끌어오는 '밀당'이 필요하다. 비로소 낚싯대를 들어 올릴 시점이었다. 낚시에 취미가 없었던 이유는 잡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낚아챈다는 말 뜻을 알만했다.
돌돔 낚시터에는 놓치더라도 또 다른 돌돔들이 많았다. 서너 번이나 허탕을 치는 나를 보다 못해 조교가 와서 이론과 실습을 보여준 게 감사했다. 두어 마리를 낚아 사위와 아내 앞에서 체면은 섰으므로, 조교에게 잘 잡힌다고 아부 같은 감사의 말을 던지는데, 그도 뿌듯해한다. "잘 잡히는 게 당연하죠. 연휴 낀 어린이날이라 돌돔을 500마리나 풀었는데요"라고 응해준다. 회로 만들 여섯 마리 이후로는 잡히는 족족 풀어주었고 낚시의 달인이 된 듯해 멈추기로 했다.
물리(物理)를 깨치면 다른 막힌 곳에서도 혜안이 생기는 법이다. 탱고 피겨인 체이스의 '잡기 위해 낚아챈다'는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클로즈드 프롬나드를 하는 듯하다가 여성의 진로를 가로막아 사선으로 낚싯대를 잡아채듯 방향을 틀고 여성의 체중이 이동되어 오는 것을 순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잡아채어 미끼를 문 돌돔을 밀당하며 진정시키는 돌돔낚시와 완벽하게 오버랩되었다.
체이스 샤세 링크까지 탱고동작을 멋지게 해내려는 데는 돌돔낚시에서 얻은 영감이 큰 도움이 되었다. 파소도블레에서 여성파트너는 종종 황소로 여겨야 스페인 춤 맛이 나는 듯 여겼는데, 탱고에서는 여성을 예쁜 줄무늬 돌돔으로 여기는 편이 댄스 리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한번 놓친 돌돔은 잊고 다른 돌돔을 잡으면 그만이겠지만, 한번 실수로 망친 체이스&샷세 링크는 여성파트너에게 신뢰를 줄 수 없을 터이다. 골프처럼 댄스에서도 잘 해내지 못하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식의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무예 무용 무도 모두 몸을 쓰는 일은 잘못하면 머리에게도 민폐를 끼치니 신경 써야 할 운동이다. 왈츠의 '아웃사이드 스핀 턴'처럼 한 몸으로 밀착되어 돌아가는 나선형 회전의 팽이가 되기까지 고민했던 것이 탱고에서도 또 나타났다. 댄스는 잘 해내기까지 험난하지만 매력 있는 운동임에 틀림없다. 오늘은 제주의 돌돔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날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