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출간 by K. WOODMAN-MAYNARD
-- 우드먼 메이나르드의 『위대한 개츠비』 그래픽 노블은 원작의 화려함과 복잡한 심리를 훌륭하게 시각화한 현대적인 각색으로 평가되며, 고전문학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독자층의 호평을 받고 있다 --
K. WOODMAN-MAYNARD
is an artist, graphic designer, and native of Minnesota. This Great Gatsby adaptation is her debut graphic novel and was completed using watercolour and digital media. She says, "The most exciting part of adapting The Great Gatsby was visualizing Fitzgerald's beautiful metaphors, such as giving actual wings to party guests that Fitzgerald described as moths or drawing the movie star Fitzgerald described as being like an orchid as an actual orchid. It's a pleasure to share these metaphors as I long imagined them."예술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이며 미네소타 출신입니다. 이 위대한 개츠비 각색은 그녀의 데뷔 그래픽 노블로 수채화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여 완성되었습니다. 그녀는 "위대한 개츠비를 각색하면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피츠제럴드의 아름다운 은유를 시각화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피츠제럴드가 나방이라고 묘사한 파티 손님들에게 실제 날개를 달아주거나, 난초와 같다고 묘사한 영화배우 피츠제럴드를 실제 난초로 그려주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상상했던 것처럼 이런 비유를 공유하게 되어 기쁩니다."
1920년대 뉴욕 롱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했다. 화자인 나는 Nick (닉 캐러웨이)이며, 데이지는 나의 6 촌동생이고 그녀의 남편 톰 뷰캐넌은 나와는 대학동창이기도 하다. 골프선수 조던 베이커는 데이지와 마찬가지로 상류문화의 아이콘으로, 일러스트 화가는 그들이 방 안을 날아다니는 요정처럼 그렸다. 위대하다는 타이틀에 반발심이 컸던가 이제껏 보지 않았던 <위대한 개츠비>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궁금했다.
개츠비는 5년 전 연인이었던 데이지를 찾아 과거로 되돌리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개츠비에게는 조던과 내가 데이지와 사이에서 연결점이었다. 남녀 간 첫 한마디 떼기가 두렵다. 환상과 현실사이를 오가는 데이지와 전혀 다른 시각 속에서 개츠비는 재결합에 집착한다. 윌슨의 부인 머틀과 톰의 불륜은 통속적이었다 치더라도, 운수 사나운 날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데이지에게 달려든 머틀 윌슨 부인의 교통사고까지 겹치는 장면에서는 정말 더럽게 재수 없는 개츠비의 상황설정이었다. 그런 '뭣 같은' 상황이 '위대한'형용사를 붙인 이유라고 여길정도이다. 개츠비는 마지막까지 데이지와 재회를 기대하며 그녀를 보호하지만, '몬스터' 같은 남편 톰을 거부할 수 없는 데이지였다. 재회의 희망을 버려야만 하는 개츠비는 자신의 수영장에서 냉정을 찾고 싶었을까. 노란색 신차 소유주를 찾아 숨어든 반 미치광이 윌슨에게 총을 맞고 물 위에 떠있다. 나는 개츠비의 시신을 옮긴다. 장례식엔 개츠비의 아버지와 올빼미안경을 낀 남자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데이지와 톰 조차도, 동업자 울프사임도, 그 많던 파티손님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를 특별하게 언급하였는데, 그 책을 3번 읽은 이와 친구를 할 수 있다고 했던가. 유튜버들이 요약해 놓은 <위대한 개츠비>를 들었어도, 사실 책을 읽고 난 후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애매했다. 만화로 된 영어판도 번역기를 참조해 가며 화가의 상상력에서도 도움을 받고자 했다.
1920년대 아메리카의 '잃어버린 세대'를 이해하여 보기로 마음을 먹었어도, 개츠비의 사랑에 집착하는 모습도 비현실적이고 더군다나 풀장에서 윌슨의 총에 죽는 허무한 그의 임종은 거의 개죽음 같아 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대로 3번은 읽으라는 권유를 받아들여 위대한 이유를 찾기에 분주했다. 오래된 번역본을 읽은 게 찜찜하기도 하여 최근 번역본을 읽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전에 영화로 만들어진 개츠비를 연기한 배우 디카프리오와 감독의 조언도 보고 듣고 싶다. 피츠제랄드의 삶과 함께 읽어야 하고 그의 아내 젤다가 자전적 소설로 썼다는 <왈츠와 나 Save me the waltz>도 구해 읽고 싶다. 정신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아내 젤다와 44세에 심장마비로 타계한 피츠제랄드의 소설 같은 삶과 개츠비의 삶이 마구 얽혀있는 듯싶다. 어느 유튜버의 설명처럼 삼각형 욕망이론은 또 뭔지, 명작이라고 명명된 작품에는 연구논문들까지 더해져 더 혼란스러운 건 아닌가도 싶다.
르네 지라르(René Girard, 1923-2015)는 그의 저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을 통해
인간이 어떤 대상을 욕망하게 되는 것은 자발적이거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모방'해서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욕망의 구조를 삼각형 욕망(욕망의 삼각형) 이론으로 설명하였다니 늘 '책이 책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읽어보아야 할 책이 되었다.
즉, 인간은 자신이 욕망하는 대상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욕망하거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대상을 모방해서 욕망한다는 것이 지라르 이론의 핵심 논거이다. 이 구조는 경쟁, 갈등, 심지어 사회적 폭력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지며, 현대사회의 소비문화, 인간관계, 문학·영화 해석 등 폭넓게 적용되어 지라르는 이러한 욕망 구조가 인간 삶 대부분의 갈등과 경쟁의 근원이자, 종교·문명·희생양 메커니즘 이해에도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위대한 개츠비> 피츠제럴드 지음, 봉현선 옮김
내가 개츠비 집으로 초대받아 갔을 때는 정식으로 초대받고 온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몇 명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파티에 참석해도 개츠비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돌아갈 때도 있다. 그냥 파티가 좋아서 오는 그런 단순한 마음이 유일한 입장권이었다. 나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개츠비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몇몇 사람들에게 개츠비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았지만 모두 놀란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그런 건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칵테일이 놓여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파트너 없는 남자가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곳은 넓은 정원 안에서는 그곳밖에 없었다.
"개츠비 씨는 데이지가 건너편 해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그 저택을 산 거니까요.” 그렇다면 그 6월이 언젠가 개츠비가 갈망하듯 쳐다보고 있던 것은 별들의 무리가 아니었단 말인가. 조던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분은 당신이 어느 날 오후 데이지와 자기를 함께 집으로 초대해 줄 수 있는지를 부탁하려는 거예요.”
개츠비는 잠시도 데이지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그는 데이지가 자기의 집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그때그때 반응을 보이는 것에 따라 자신의 집을 재평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셔츠 더미 하나를 꺼내어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가지각색의 무늬와 색상의 셔츠들이었다. 그중에는 진한 청색으로 개츠비의 이니셜을 수놓은 것도 있었다. 데이지는 갑자기 셔츠 더미 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여태껏 이런 아름다운 셔츠는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만 슬퍼지는군요.”
“안개만 끼지 않았더라도 여기에서 당신의 집을 볼 수 있을 텐데…” 개츠비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집의 부두 끝에는 언제나 녹색 등이 켜져 있더군요.” 데이지는 개츠비의 말을 들으며 느닷없이 그의 팔짱을 꼈다. 그런데 지금이 순간은 부두에서 깜빡이는 단순한 녹색등이 되어 버렸고,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것 중에 하나가 줄어드는 셈이 된 것이다.
5년 만에 만남! 그러는 재회의 순간에도 데이지가 그의 꿈을 깨뜨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너무나 크게 키워 놓은 개츠비의 환상 탓도 있을 것이다. 환상이 그녀의 현실을 뛰어넘고, 또 모든 것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이다. 그들은 잠시 동안 나를 잊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을 그대로 남겨둔 채 방을 나왔다.
나는 개츠비를 데이지의 눈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았던 것이다. 인간이 자신이 시각에서 관찰해 온 사물을 새롭게 타인의 눈을 통해 해석한다는 것은 어쨌든 서글픈 일이다. 데이지와 개츠비는 함께 춤을 추었다. 나는 개츠비의 품위 있고 우아한 춤동작에 매우 놀랐다. 그는 그전에는 한 번도 춤을 춘 적이 없었다.
그녀는 브로드웨이에서 뻗어 나오다가 롱아일랜드 한편에 자리 잡은 웨스트에그라는 저택에서 어떤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예부터 내려오는 사투리와 함께 꿈틀거리는 이곳의 생명력, 결국은 모두 흙으로 돌아갈 사람들이 서로 아웅다웅하며 경쟁을 하고 있는 이 지방 사람들의 강한 생활력, 그런 것에서 느끼게 되는 두려움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소박함 속에서 어떤 무서운 것을 보았던 것이다.
나는 개츠비에게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내가 만약 당신이라면 난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겁니다. 누구든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일이니까요.”개츠비는 성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난 모든 것을 과거로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그녀도 두고 보면 나를 알게 될 겁니다.”
윌슨은 아내가 자기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충격으로 병이 났던 것이다. 나는 윌슨을 한참 바라보다가 톰에게 시선을 옮겼다. 톰 역시 1시간 전에 아내에게서 비슷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인간이란 지성이나 인종이나 건강 정도와 상관없이 모두 비슷한 근본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슨의 얼굴빛은 너무 창백하여 마치 큰 죄를 지은 - 가난한 처녀에게 임신이라도 시킨 - 죄인처럼 보였다.
단순한 사람에게 혼란만큼 복잡한 것은 없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톰은 채찍으로 몰리고 있는 것처럼 초조해하고 있었다. 1시간 전만 해도 아내와 정부는 그의 손안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데이지를 따라잡고 윌슨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려는 생각에서 그는 본능적으로 페달을 마구 밟아댔다. 차는 시속 50마일로 달리고 있었다.
데이지는 열정적인 나이였고, 그녀의 세계는 늘 난초꽃 향기와 쾌락과 세련된 속물근성과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밤새도록 색소폰이 <빌 스트리트의 블루스>의 절망이 담긴 넋두리를 반복하는 동안 100 켤레나 되는 금빛과 은빛의 무도화가 반짝이는 먼지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티타임이 되면 방마다 밝고 상쾌한 열기가 가득 찼고, 새로운 얼굴들은 슬픈 나팔 소리에 놀라 떨어지는 장미꽃처럼 주위를 떠돌아다녔다.
누구든 최후를 맞이했을 때엔 주변 사람들로부터 막연한 관심을 얻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개츠비에겐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개츠비의 시체를 집으로 옮긴 지 30분쯤 지나서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본능적으로 데이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데이지와 톰은 그날 오후 여행 가방을 챙겨서 어디론가 떠났다고 했다.
개츠비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에게서 자꾸만 뒤로 멀어져 가고 있는 그 녹색 불빛을, 그 격정의 미래를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물살에 휩쓸려 가면서도 계속 노를 저어 과거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1920년대를 전후하여 등장한 작가들은 미국적 경험에서도 위대한 문학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지녔다. 그들은 헤밍웨이, 포크너, 도스 패터스, 피츠제럴드 등으로,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 불리는 작가들이었다. 그들은 1900년 전 후에 출생, 제1차 세계 대전 때 군에 입대하여 전쟁을 체험하고, 전쟁의 파괴성 피해성 무의미성 무자비성 등을 통하여 인생의 방향을 잃게 된 젊은이들이었다.
길가의 대형 안경 광고판 속 눈동자만이 진실을 알고 있는 듯 절묘한 은유를 남긴 찬재작가 피츠제랄드 역시 44세에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청춘의 지고지순한 사랑만을 내세운 개츠비는 서른 나이에 죽었다. 소설에서 조차 죽어야 산다. 소설가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렇게 주인공을 죽여나간다. 아마도 피츠제랄드가 자신일지도 모르는 청춘 개츠비를 죽인 것이고, 무라카미는 그의 소설 <댄스댄스댄스>에서 자신의 젊은 초상을 백골로 마주했다.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아직도 분명하지 않지만, 글을 쓴 작가에게 부활의 엔딩장면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