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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Jun 04. 2020

끝까지 나는 나를 편들자

임신을 이유로 나를 마뜩찮아하는 보스와의 직장생활 개 힘들었다.


임신 22주 6일에 쓴 글이다. 나에게는 시험관을 할 때부터 나의 임신 시도를 마뜩찮아하는 보스가 있었다. 그 사람 밑에서 버텼던 임신 기간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다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괴롭힘이었고 동료들 대부분이 공감했기에 동료애로 버틴 기간이었다. 5년을 다닌 회사인데, 갓 발령받은 보스 때문에 그만둘 이유가 없었다. ㅅㅂ 누구 좋으라고! 정말 피 튀기게 힘들었지만 일단 버텼다. 힘든 시기에 마음을 다잡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는데 뒤에서 앞에서 욕도 반항도 많이 하고- 힘든 일 겪으며 느낀 점이 구구절절 지금 봐도 애잔하네. 인상 깊게 힘들었던 날 중에 쓴 글이라, 기록 목적으로 남겨본다.


제목 : 힘든 날, when they go low- we go high 


 오늘은 회사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집에 와서 그 좋아하는 저녁을 먹을 생각도 잊은 체 소파에 앉아 멍 때리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시험관 때부터 내가 마뜩찮았던 보스의 노골적이고 유치한 무시로 그냥 내 일만 하며 출산휴가 전까지만 버티자며 하루하루 견디는 요즈음, 그간 몰랐던 사회생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득했달까?

내가 강해야 가진 게 많아야 그래야 주변 사람들도 나를 대우해주는구나 라는 생각! 팀장이 나를 무시하니 그 유치한 행동들이 팀 내 일부 사람들에게도 전이됨이 느껴진다. 기분 탓인가 싶다가도 이게 조직 관계의 생리구나 싶다. 회사에서의 위치라는 게 어느 하나 영원하지 않고 그냥 맑은 날 비 오는 날 흐린 날 밝은 날 있다는 걸 지켜봐 온 나로서는 일부 그런 얄팍한 사람들의 나를 향한 태도의 변화가 어떻게 보면 내심 실소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웃으며 함께 하던 모습들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나와 비슷한 처지의 팀원들이 나보다 더 이르게 경험했다던 그 얄팍한 관계와 에피소드가 이제 내가 겪어지니 와! 하던 게 아! 해진다. 나의 밑천이 떨어질 때야 비로소 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진심을 보며 그 관계의 본질을 알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물론 많은 다른 동료들이 나를 위로해주고 밝게 기억해주기에 이런 일부 천박함에 내 모든 걸 투영하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지만.. 하루 종일 팀에 둘러싸여 오롯이 견디고 또 견디는 하루는 나를 좀먹는 게 사실이다. 내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도, 그래서 더 아기만 바라보자는 결심도, when they go low we go high 하며 개의치 말라는 친구의 조언도 잘 안 떠오르는, 그렇게 좀 지친 그런 하루다.


그래서 나는 더 강해야 하나 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돈도 많고 높고 좋은 위치에서.. 그래야 덜 억울할 일이 생기나 보다. 그런 정글이 지금 내가 있는 곳! 이 정글을 나는 무슨 생각으로 버텨왔을까? 그저 생존을 위해 10년을 달려왔다. 그저 버티려 약해빠진 나를 질질 끌고 버텨 온 또 다른 내가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먼 출산휴가 아득하기만 하다. 나는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지킬 수 있을까? 이 모든 상황에 나는 나를 탓하지 말기로 하자. 이 모든 게 내 탓은 아니니까. 나는 나를 편들자.


그때의 추억, 엉엉 울었지만 나는 여러 수단으로 나를 위로했다.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알고 있던 내가 이겼다. 게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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