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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Jun 08. 2020

온전한 삶에 대하여

임신 중의 생각

온전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나 라는 독립된 자아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는 일- 그것은 누구나에게 그러하듯 나에게도 무척 중요했다. 밑천하나 없이 버티고 성장한 경험들, 내 생각을 의심하지 않았던, 내가 나의 걸크러쉬였던, 그런 나 자신을 기억하게 하는 소수의 장면들이 나를 버티게 했다. 나이가 들수록, 훈장같은 과거의 시간을 곱씹어 반추하고 라떼이즈를 반복하게 되는 어른들, 우리 아빠, 친척, 회사 어르신들을 조금 이해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되고있기 때문인게다.


물론 내가 걸어온 궤적에는 온전하지 않은 날들이 더 많았다. 일과 일상에 지칠때면 그저 포기하고 어딘가에 기대 의존적이고 싶은 한낱 약해빠진.. 주눅들어 숨고싶고 이성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이기 싫은 그런.. 사실 지금도 겪는 숱한 흔들림들.. 나이가 들어 뿌리는 깊어질언정 나뭇가지는 바람잘날 없는 게 인생일까. 나로 온전히 회복하고 살아가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매일의 투쟁과 사사로운 감정속에 늘 깜빡하는 그런 공기같은 존재다.


그래- 나만 그러냐,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모두가 알지. 어려선 몰랐던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에서 프레디머큐리의 위아더 챔피언 노래가 달리 읽힌다. 모두가 흔들린다. 이런 인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우리는 챔피언이 맞다. 이 당연하고 멋진 생각을 해낸 퀸은 최고의 철학가! 오늘을 잘 살아낸 나에게 박수를 치고싶다.


현실적인 많은 장해물 속에서 나의 가족을 이루고 내가 지킬 아기가 함께한 지금- 그간 목표한 온전한 삶과 또 다른 충만한 기운을 느낀다. 다른 방식으로 온전한 이 느낌은 생각하고 판단할 행위 없이 존재로서 이미 충분히 나는 완성됐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는 충분히 그랬다.


그것은 또래 친구들의 늘 똑같아 보이던 육아 포스팅 속에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 (과거의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고, 불편한 몸의 변화가 생경하거나 싫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나와 하나인 지금의 아기, 그래 너를 지켜내고 키워내는 일이 내가 지금 존재하는 이유 임을 생각한다. 내 부모가 나를 위해 해왔고 세상 평범한 누구나가 해온 그 일이 사실은 나의 생의 미션이라는..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일은 어쩌면 결국 불완전한 내 안에서 최대한의 완전한 생을 만들어 내는 일 일수도 있다는 가설(혹은 진리)을 생각해본다.


(임신 중에 품었던 경험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임신의 기억, 요통과 두통에 '아이고'가 24시간 내내 입에 붙었던 날들였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장면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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