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nda 린다 Sep 04. 2020

육아맘 세계에 유행이라는 타투

레고형이 선고된 육아의 어느날

임신기간에 그렇게 새벽마다 화장실을 가느라 애를 먹었었다. 잔뜩 자란 아기 몸이 엄마의 방광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네다섯번을 화장실을 가다 잔것 같지도 않은 밤을 지내기를 몇 달,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 출산 후 또 다른 피로한 일들이 그득할지 언정, 적어도 뱃속의 아기가 분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때가 바로 이 것, 밤 중 잔뇨감이 사라졌음을 느낄 때이다.


출산을 한지 언 14개월을 향해 가는 지금 시점, 나의 밤 중 잔뇨감이 유독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배안에는 물론 둘째는 없다. 시험관으로 어렵게 본 첫째인데, 둘째가 이리 쉽게 생길리 만무하고- 이유는 왜일까 생각해왔다. 제왕절개수술을 한 애미가 밤중 잔뇨감을 느낄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며칠 전 나는 그 이유를 아주 단순한 곳에서 찾았다. 육퇴할 적마다 나를 찾아오던 손님이다. 그는 (이럴때는 꼭 남성형 주어가 어울릴 것 같다) 육퇴로 지친 나를 달래주고, 또 새로운 커리어와 배움에 목마른 나에게 꼭 필요한 처방이었다. 바로 술 손님- 육퇴 후 혼술은 진리 아니던가? 오후 9시만 되면 맘까페에 혼술 인증 포스팅이 잔뜩 올라오는 것을 보면 조금 위로가 된다. 나만 혼술 주정뱅이가 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잔뜩 취기가 올라온 밤이었다. 오늘따라 남편이 사준 아이패드 프로에 그림도 잘 그려지고, 책도 술술 읽히는 그런 밤- 오늘도 남편은 야근 중이고, 오후 8시면 잠든 아기가 새근새근 엄마의 회식을 도와주는 그런 밤-


잠깐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벽 3시였다. 그토록 고민했던 잔뇨감- 아니 그냥 술을 잔뜩 먹어서 그랬던- 때문에 자리에 일어났다. 아기가 깰까 잔뜩 움크린채, 달빛도 들지 않아 칠흙같은 화장실로 향해 갔다. 급한 마음에 맨발로 디딘 발자국에 나는 놀라 자빠질뻔했다. 이맘 때 아기를 가진 전국엄마들의 적, 족저근막염의 주범이라는 그 분이었다. 레고블록 이 ㅅㄲ-


아기 첫 블록이라 어른 주먹 반만한 레고블록은 치워도 치워도 사방에서 튀어나오곤 했다. 벌건 대낮이야 영롱한 색깔과 자태로 치운다고 치워왔다. 그런데 참.. 야밤에 레고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밤에만 이용하는 구석탱 화장실, 그것도 취기 오른 애미가 피하기는 어려운 위치였다. 숲이는 사실상 애미 애비 둘 중의 한명에게 레고형을 선고했던 것! 탕탕!




나의 오른쪽 엄지 발가락 끝에서 레고를 느낀 순간 잔뜩 힘을 주느라 발가락에는 경련이  정도였다. 사실 모든  아침에서야 생각이 났다. 이유는 모르지만 발가락에 고스란히 남겨진 고통 속에서 어제의 기억을 찾아냈다. 소문으로만 듣던 레고가 이토위험한 무기인처음 알게된 날이고-


며칠을 참다 어제 한의원에 들렀다. 레고를 밟아 왔다고 하니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 놀랄 일은 아니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 너도 레고형 받았구나 그런 태연한 표정이다. 발가락에는 근육이 없어 부황 붙일 자리가 없다는 설명에 출산  부터 기름칠을 못해 삐걱 거렸던 오른 어깨를 들이댔다. 한번 치료비에 일타 쌍피다 흠칫 만족해하며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날 밤,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남편이 장난감을 정리하는 나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여보 문신 했어?
여보 타투 이탈리아 스타일이야?
(의미심장)


사진을 보고나서야 남편의 개그가 의미하는  알아챘다.


그래 짜샤
페퍼로니 햄스타일로 문신했닷-
기분전환도 되고 참
왜들 문신하는지 알겠더라 짜샤-


너무 오랜만에  부황이라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지 몰랐다. 간밤에 아기가 열이 잔뜩   진료를 위해 병원을 나선 오늘 아침에도 문신은 생각지도 못하고 민소매 원피스만 훌렁 입고 나섰다. 애기를 낳기 전만해도 이런 엄마들 보면,  이렇게 주의성이 부족하나- 외모에 대해 신경을 안쓰나 생각했던 나였는데 말이다.  역시 일년만에 그런 엄마가 되어있었다. 부황자국을 문신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은 조금 줄어든다. 남편 개그의 순기능 하하-


육아가 남긴 페퍼로니 문신, 설령 며칠  흐릿해진다 하더라도  다른 페퍼로니가 허리, 다리 아니면 다른 어디든 남겠지. - 그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 아기 열이나  내렸으면 좋겠다. :P


이거 신종 무기인가 장난감인가? 레고형은 너무 잔인해요-
애기엄마들 사이에 가장 핫한 타투! 뚜둔 페퍼로니 st. 로 이탈리아 느낌 살려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