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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ie Dec 15. 2020

간호사의 다른 role

Infusion, CNC, triage and more...

오늘은 간호사의 다른 role에 대하여 잠깐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겠다. 한국 병원시스템이나 외래 시스템을 잘 모르는 작가로서는 미국에 있는 다른 간호사의 role들이 얼마나 많이 한국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 (외래 암센터) 존재하는 간호사의 다른 role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흔히, 간호사라고 하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병동에서 일해본 간호사라면 다 공감할만한, 병동 간호사는 정말 힘든 직업이다. 물론, 그만큼 대우와 돈을 받고 일하고 있다. 병동에서 오래 일한 만큼 많은 것들을 배우고 알고, 똑똑한 간호사들도 많지만, 밤 근무에 지쳐가는 간호사들, 아침 근무에 힘들어하는 간호사들, 그리고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간호사들을 나는 많이 봐왔다. 한번 일을 들어가면 기를 빨리고 온다는 기분이랄까? 나도 병동에서 3년 차 일했을 때는 정말 많이 배우고 스스로도 어느 부분에서는 많이 배웠다고 느꼈지만, 그래고 몸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은 어쩔 수 없었고, 일을 들어가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survival mode 되어 있었다. 그 무렵 나는 Outpatient infusion center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곳은 내가 경험하지 못해 보고 듣지 못했던 것 투성이었고,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천국도 없싶을 정도로, 환자들은 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들이 대부분이었고, no lifting policy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먼저 작가가 일하는 outpatient infusion center에는 여러가지 간호사의 role 이 있는데, 그중에 제일 많은 role은 단연 infusion nurse다.


Infusion 간호사는 모두 다 chemotherapy certified 된 간호사로 트레이닝을 받고 어떻게 항암을 투여하고 무슨 합병증을 봐야 하는지, 어떤 lab을 봐야 하는지 안다. 작가가 일하는 외래에서는 골수이식 자격증을 가진 Infusion간호사들도 많다. 아직 병동에서 항암을 받고 골수이식하는 환자들도 많지만, 우리 외래에서도 골수이식을 한다. 이런 간호사들은 골수이식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이 또 따로 주어진다. Infusion간호사가 되면 먼저 IV 혹은 central line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dressing change는 어떻게 하는지부터 항암을 비롯한 immunotherapy 혹은 car-t-cell therapy 그리고 기본적인 항생제 투여나 약을 주는 것 이외에도 blood transfusion이나 platelet transfusion을 한다. 그 외에도 골수이식 환자를 돌보거나 Lab draw를 하거나 lab 결과가 항암 치료하기에 부적합할 때에 의사에게 연락을 하는 것까지 다 infusion간호사의 몫이다. Infusion 간호사는 보통 환자들/보호자들과 같이 일하는데, 작가가 처음 infusion간호사를 그만두고 clinical nurse coordinator (CNC)를 시작했을 때, 환자를 못 보고 일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었다. Infusion 간호사처럼 매력 있는 간호사 일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Infusion 간호사로 일하면 좋은 점 중에 단연 최고는 환자 혹은 환자의 보호자와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더 힘든 점은, 환자가 힘들어하거나 죽음을 향해 달려갈 때 마음이 더 힘들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작가가 현재 하고 있는 Clinical Nurse Coordinator (CNC)라는 직업은, 그야말로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coordinate을 해주는 직업이다. 예를 들면, 조직검사를 Lab으로 보내 다른 검사를 하고 싶거나, 급한 환자가 있거나, 환자들이 클리닉에 무엇을 물어보러 전화를 하거나, 갑자기 환자를 집에서 혹은 클리닉에서 바로 병동으로 보내거나 하는 일에 CNC가 끼어서 환자를 위해 또는 의사를 위해 일을 한다. 교육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교육을 하고, 환자가 힘들어하는 일에는 의사에게 환자의 대변인이 되어주며, 환자나 보호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빨리 캐치해서 referral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referral을 권장한다. 뿐만 아니라, Financial counselor 나 infusion 간호사나 혹은 social worker들이 처리 못하는 애매한 일들을 처리해 주는 그런 직업 이기도 하다. Pre-코로나 시대에는 환자를 못 보고 일하는 것이 고역이었는데, 코로나 시대를 살아오면서 그래도 이런 직업을 시작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적어도 많은 환자들과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 가족들에게 돌아올 때도 덜 미안하다. 작가는 일을 이틀밖에 안 하기 때문에 팀을 번갈아 가면서 일을 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풀타임 CNC가 한 명 있는 것이 더 유용하기는 하다.


세 번째로는 nurse case manager라는 직업이다. 외래에도 있지만 보통 병원에서나 보험회사에서 많이 일하는 직업인데, 케이스 매니저가 필요한 특정의 환자들의 (예를 들면 퇴원해서 양로원이나 rehab에 가야 하는 경우, home health나 hospice 오더를 가지고 퇴원해야 하는 경우 등등) coordination을 담당하는 간호사이다. 보험회사는 보통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당뇨 조절 못하는 환자들, 의사랑 follow up 안 하는 환자들 등등) 케이스 매니저가 많이 관리를 해준다. 그래야지 보험회사의 돈이 적게 나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자 A 씨가 당뇨가 있는데 의사를 만나지도 않고 인슐린도 까먹고 해서 응급실에 가서 병동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케이스 매니저가 붙어서 관리를 해주는 것이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돈은 훨씬 더 많이 아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nurse navigator가 있다. 이 직업군은 작가가 나중에 꼭 해보고 싶은 직업 중에 하나이다. Nurse navigator들은 보통 병원에 있는 스태프와 가깝게 일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경우, 그 Referral이 nurse navigator한테 먼저 온다. 그럼 그 간호사는 환자를 클리닉에 오게 하기 전까지 필요한 보험과 필요한 피검사 혹은 imaging (CT, PET scan) 같은 것들을 coordinate을 시킨다. 한마디로, 의료 시스템을 조금 더 잘 이용할 수 있게끔 환자의 내비게이션이 되어 주는 직업이다. 의사랑 상의해서 환자가 오기 전에 무엇이 필요하고 언제 의사를 만날 야 하는지 정리해서 전해주는 의사의 coordinator이자, 환자의 필요를 대변해 주는 환자의 목소리이다. 작가가 일하는 클리닉에는 한 명의 Nurse navigator가 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는 3월부터 자택 근무를 하고 있어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보통 자택 근무가 가능하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외래에서 일하기 자유로운 직업이다.


다섯 번째는 간호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nurse educator 혹은 clinical practice coordinator이다.  Clinical practice coordinator나 nurse educator 또한 나중에 작가가 풀타임으로 일할수 있을 때 도전해 보고 싶은 (지금은 집에서 아이 둘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 중 하나이며 내가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Nurse educator들은 간호사들이 어떤 부분의 교육이 필요하며 evidence-based practice를 교육시켜주는 직업이다. 보통 병동에도 유닛마다 한 명씩 그리고 외래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직업이며, clinical practice coordinator 또한 nurse educator와 같이 간호사들 교육에 힘쓰는 그런 직업이다. 관련이 있는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배워온 것을 어떻게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주고 싶은 role은 triage 간호사이다. 이 간호사로 일하게 되면 하루 종일 환자들의 전화를 받으며 의사랑 상의해 환자가 집에서 더 모니터링을 하야하는지, 의사를 만나러 와야 하는지, 피검사가 필요하거나 imaging이 필요한지 혹은 응급실로 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매일매일 또 몇 명이 전화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 날은 엄청 바쁘고 어느 날은 또 안 바쁘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야지 환자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거나 의사를 대신해 필요한 정보를 물어보는 아주 중요한 직업이다. 환자를 보지 않고 들은 내용으로만 어드바이스를 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조금 어려운 직업이다. 일하는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이 있는 간호사들이 Triage를 하는 것을 보면 존경심이 들 정도니깐 말이다.


이 외에도 암센터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서 (예를 들어 골수이식 외래센터 혹은 research center - 작가가 일하는 곳은 큰 research center와 같은 캠퍼스에 있다) 더 다양한 간호사의 role 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여기 미국에서는 60넘은 간호사들을 꽤 볼 수 있다. 작가도 해본 것보다는 안 해본 Role들이 더 많다. 그만큼 내가 원한다면 간호사라는 모자를 쓰고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기 때문에 간호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직업 또한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거나 혹은 병동에서 일하면서 내가 이 일을 몇 년 뒤에도 계속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간호사들에게 병동에서 일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기회는 어디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작가가 일하는 외래 암센터만 해도 이렇게 많은 간호사의 role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다른 외래 또한 더 다양한 간호사의 role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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