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정원을 가꾸는 일
언제부터인가 뭔가를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방에 쓸모없는 물건이 눈에 띄면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고, 어느 날은 선반의 읽지 않는 책들을 통째로 정리하기도 했다. 처음엔 단순히 청소가 목적이었지만, 어느새 기분을 관리하는 루틴이 되어버렸다. 방이 다시 어지럽혀지면 예전의 우울했던 때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정리하는 걸 꼭 지키고, 잠자리에 들기 전 사용한 물건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창문을 활짝 열고 스트레칭을 하면, 그날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대학생 시절 학점에 구멍을 내며 도망치듯 살았던 나와는 달리, 현재 고군분투하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그간 지켜온 사소한 습관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취방에 자질 구레한 문제들로 집주인과 씨름을 하는 일이나, 직장에서 고민을 떠안고 오느냐 힘들 때에도 다시 무기력함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언제든 다시 일어나 하나씩 정리를 하고 있다 보면 마음이 바닥부터 단단해짐을 느낀다.
이젠 나의 공간을 깔끔히 하듯 나의 겉모습도 깔끔히 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기분을 관리하는 일이 하루를 더 즐겁게 만들어주니까. 정돈된 공간처럼 나를 가꾸다 보면, 그 공간이 주는 기쁨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반가운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연인 앞에서도 단정하게 차려입으면 여전히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나를 가꾸는 일이 평범한 일상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정원을 가꾼다.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이 없는 자기만의 정원이 마음속에 하나씩 있을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어도 매일 같이 가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럴 대상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저 그 존재를 인식하고, 바라봐주고, 매일 조금씩 물을 주자. 조금씩 넓혀가다 보면, 좋은 일이 생겨나고 주변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