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무서운 건, '삶의 의미'를 잃는 것
얼마 전 이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거의 모든 직업을 해먹은 후(!)의 사회를 묘사하고 있는데, 여기서 꽤나 울리는 질문을 한다. 대략 이러하다. 인공지능이 모든 걸 해 먹고(?) 나면, 직업을 잃어버리는 것도 거지 같지만, 무엇보다 '내가 왜 사는지' '삶의 의미' '삶의 목표'와 같은 질문에 모든 인간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쿨럭쿨럭)
왜 사냐건 웃지요류의 질문이 아니다. 꽤나 심각하다. 왜냐면 우리는 이 질문을 하지 않고 대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면 무척 이 질문은 무섭고 위험하기 때문이지. 지금이야 먹고사니즘이 힘들고, 취업하기 힘들고, 그저 그냥 인간답게 먹고사는 것이 요원하게 느껴지는 청년들이 수두룩 합니다만. 무시무시한 실업난도 무섭지만, 그래서 기본소득이 몽땅 지급되어서 먹고사니즘이 해결된 그 이후의 사회가 난 더 무섭게 느껴진다. 다가오게 될 그 엄청난 무력감. 허무함. 상실감은 어떻게 인간들이 대면할까.
먹고사니즘이 해결된 그 이후의 사회가 난 더 무섭게 느껴진다. 다가오게 될 그 엄청난 무력감. 허무함. 상실감을 어떻게 인간들이 대면할까.
이때 내가 존경(?)하여 마지않는 소설가 겐지 할아버지의 일갈이 내 머리를 후드려친다.
가족, 직장, 국가로부터의 자립. 자유는 거저 얻을 수 없으며, 목적 없이 사는 자는 목적이 있는 자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정글의 세계관이다.
가족, 직장, 나라에 의존하며 살다 보면, 내가 왜 사는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그러다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엄살이나 피우고. 인간이라면 목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간단한 목적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이룰 수 있는 궁극의 목적.
이 할아버지는 아마 삶의 의미나 묻고 자빠져있는 나를 굉장히 쯔쯔쯔 하면서 한심해할 것 같기는 한데 말입니다. 뭔가 선비, 사무라이 마냥 그렇게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본인의 '길'을 향해 수양해나가면 참 훌륭한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내가 보기엔 대다수의 인류가 그러하기엔 힘들단 말이지. 그러하기에 '허무함' '무기력함'을 해결하고자, '의미'를 부여하고자 다들 아등바등하지 않을까? 사실 그런 건 20대 때 열심히 삽질하면서 배워야 하는데 당최 우리는 그런 걸 배우지 않았으니 더더욱 그 절벽은 깊지 않을까. 그저 '생존' '돈 버는 일'에 목매달고 이를 '삶의 의미와 목표'로 삼고 달려가는 우리들이 막상 '기본소득'을 받았을 때, 그리하여 '먹고사는 일'이 마침내 해결되었을 때 마냥 행복할까?
어휴. 난 그때가 더 무서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