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집 구하는 절대 공식
다낭에 온 지 벌써 2주 차다!
기상, 코워킹 가서 일하고, 근처에서 간단하게 점심 먹고, 일을 마친 후 태권도를 가거나, 동네 한 바퀴 돌거나 저녁을 먹고, 집에 딸려있는 수영장을 가는 것이 '일상화'가 되면서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아. 드디어 나에게도 일상이 생겼도다!
이렇게 빠르게(?) 도착한 지 2주 만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베트남에 도착하기도 전에 집을 미리 구입해서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아꼈기 때문이라 하겠다. "집 구하기"는 실로 어렵고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대략 이 전에는 온갖 발품을 해대면서 마음에 드는 집 찾는데만 거의 2주를 쏟아부어대고는 하였다.
- 치앙마이, 집 찾기의 기록
- 발리, 집 찾기의 기록
집 찾기에 대한 내공이 어느 정도 쌓이자, 대략 어느 동네든, 특히 동남아의 경우 집 찾기는 이러하구나...라는 공식이 생겼다. 집 찾기 공식은 다음과 같다.
원칙 1. 시세를 알아낸다.
에어비앤비
아파트 렌탈 웹사이트
페이스북 그룹 000 expat, digital nomad 그룹
에어비앤비의 경우, 잘 나가는 주인장 (파워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날려서, 나 한 달 정도 장기 체류할 텐데.. 운을 띄우면서 물어보는 것이 포인트! 아파트 렌탈 웹사이트는 대략 항상 시세보다 20% 비싸다는 것을 감안하고 그냥 아~ 이러하구나 살펴보는 용도이다. 대부분의 양질의 정보는 페이스북 그룹에 있다. 발리, 치앙마이, 다낭, 엔간한 도시는 이제 거의다 expat, digital nomad 그룹이 있다. 검색, 가입해서 정보를 겟! 하도록 하자. 한 달에 싼 곳은 25-30만 원, 럭셔리한 곳은 4~60만 원까지 (사실 저렴한 곳은 10만 원 대도 뒤지면 가능함) 가격대가 형성된다는 것을 확인!
원칙 2. 살고 싶은 동네를 결정한다.
그렇게 찾다 보면 대략 000 동네는 비싸고, ㅁㅁㅁ 동네는 저렴하다는 정도의 정보들도 입수하게 될 것이다. 왜지? 다 이유가 있다. 어느 도시든 찾다 보면 이런 카테고리로 나뉘더라.
관광지와 가까움. 비싸다. 교통이 좋다. 은행, 카페, 외국인 전용 레스토랑이 가까운 데에 많다.
관광지와 멀다. 싸다. 접근성이 안 좋다. 로컬스러운 집들만 잔뜩이다.
나도 처음엔 싸고, 로컬에 가까운 곳만 무조건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막상 그렇게 살면 고립되고, 교통비가 더 지출되는 경우도 있다. 요래 저래 머리를 제법 많이 써서 결정해야 한다! 더 비싸지만, 접근성이 좋고, 약간은 관광지에 가까운 동네? 아니면 저렴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로컬스러운 동네?
원칙 3. 시간 vs 돈을 선택한다.
자. 여기까지 왔다면 대략 어느 동네에서, 어느 정도의 예산인지 정해졌을 것이다. 사실 위의 2가지 프로세스가 가장 까다롭다. 그다음 질문은 이거다. 시간/돈 중에 선택해야 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본격 인터넷 서핑 + 직접 도착해서 부동산 발품 + 뚜벅뚜벅 걸어 다니면서 물어보기... 등등을 하면 된다. 여유가 없다면? 그냥 만사 귀찮고 그냥 안전빵 선택을 하고 싶다? 그러면 돈을 더 내고, 적당한 수준의 집을 골라서 메시지, 이메일을 보내 예약을 하면 된다.
- 시간이 많다. 인터넷 서핑 + 걸어 다니며 찾고 물어보기. (가장 안전)
- 시간은 아끼고 싶고, 돈이 있다. 안전빵 선택을 하고, 예약금 걸기. (가장 빠름)
다낭에서 집을 이렇게 구하였냐고요?
아닙니다. (...)
별생각 없이, 짝꿍에게 알아서 구해~라고 했더니 결과는 이러합니다.
- 맘에 안 드는 동네의 (너무 아침에 시끄럽더라!)
- 시세보다 비싼 가격의 집을 (걸어 다니면서 물어보니까 훨씬 싸더군!)
- 뭐 그래도 시간은 절약해서 엄청 빠르게 선택하게 되었음 (베트남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계약 꽝)
그렇습니다. 이것은 실패의 기록입니다. 그래도 덕분에 '집 구하기'는 철저한 준비와 사전조사 - 시세 파악과 동네 파악 - 이 기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집은 역시 도착해서 구경하고 계약해도 늦지 않다. (쩝)
집 구하기를 거의 3개월마다 하다 보니, 점점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점점 '나'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답안지를 작성하게 된다. 왜냐면 괜히 꾸며서 썼다가는 피보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분명히 나는 시골집에서 자연친화적으로 사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살아봤더니 인터넷 느리고 벌레가 너무 많아서 불편하더라.. 이런 식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미지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훌렁훌렁 벗겨진다. 사실 난... 도시가 좋은 사람이었어! 이런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셈.
그래서 나의 '드림 하우스'는 이제 꽤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왜? 직접 다 해봤으니까!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