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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Jan 31. 2018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동체 ‘오로빌’에 가보자

잘 울고 있습니까?

‘공동체’ ‘마을’ ‘커뮤니티’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다. 유네스코가 꾸준히 지지하고 있는 유일한 공동체, 지구 상 마지막 파라다이스라고 묘사되는 공동체, 바로 인도 남부에 위치한 ‘오로빌’ 공동체이다.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 지구 상 어딘가에 있어야 합니다. 시험에 합격하고 자격증과 지위를 얻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재능을 가꾸어 새로운 재능을 일구어내기 위한 교육을 이루고자 합니다. 그림, 조각, 음악, 문학 등 모든 예술적 아름다움을 모두가 평등하게 누리고자 합니다. 즐거움을 누릴 기회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오직 개인이 즐길 수 있는 만큼 한정됩니다. 이곳에서 돈은 더 이상 '군주'가 아닙니다. '사회적 지위'나 '부' 보다 '개인'이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  Mira Alfassa, 오로빌 창립자 



> 국가: 인도

> 방문한 곳: 오로빌

> 체류 기간: 2015년 8월~ 9월

> 오로빌 자세히 알아보기 (링크)


무작정 찾아갔다.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커뮤니티 마을이니까 가면 따듯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찾아갔으나! 혼자 덩그러니 게스트하우스에 누워있어야 했다.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면 친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술을 사 들고 오자!) 바로 처참히 실패했다. (이곳은 명상과 영성의 공동체, 술은 지양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곳의 철학을 배워야겠어! 잔뜩 기대하고 찾아다녔으나 (스터디를 가야 하나?), 일단 오로빌의 자연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닥치고, 일단 이곳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워야 하는 단어가 있었다.

빨리빨리


달리기만 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살펴보니, 일단 오로빌 마을 중심부에 빛나는 금색의 건축물이 가장 먼저 보였다. 마트리 만디르 (Matrimandir). 이 건물은 오로빌을 상징하는 건물이기도 한데, 바로 명상을 위한 공간이다. 오로빌은 '명상의 공동체'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침 조기 축구회처럼, 오로빌엔 아침 명상 모임이 있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명상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마트리 만디르, 오로빌을 상징하는 건물


처음엔 참으로 히피-히피-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우주의 오로라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나름 심각한 모습으로 앉아서 명상이라는 것을 했다. 10분 후에,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라고 물어보셔서,  그저 잡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인자하게 웃으시며 원래 다 그런 거라고 하셨다. 그다음,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셨다. 그 종이를 열심히 바라보면서 내 안에 있는 나쁜 생각들을 그곳에 담으라고 하셨다. 종이가 점점 노랗게 보이기 시작할 때쯤, 종이를 마음을 담아 힘껏 구기라고 하셔서 매우 힘차게 구겼다. 어떤 느낌이냐고 물어보셔서, 아 그저 뭔가 개운하군요! 이건 뭐죠?라고 말했다. 곧이어, 대추를 하나씩 주시면서 이제 대추를 mindful eating (마음 챙김 먹기, 혹은 의식적으로 먹기) 할 거라고 하셨다. 일단 그 대추를  열심히 쳐다보라고 하셨다. 안 그래도 아침을 안 먹고 왔던지라 열심히 쳐다봤더니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그다음엔, 대추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셨다. 대추의 소리보다 배고파하는 내 위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후, 대추 냄새를 맡아보고, 마지막에 입에 넣어서 대추를 음미한 후, 천천히 마침내 먹는 데까지 30분이 걸렸는데, 내 인생에 가장 맛있는 대추였다! 아 이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Mindfulness (마음 챙김), Zen (선) 아닌가! 


명상 모임이 즐거웠던 건, 이렇게 다들 쏘-쿨- 했기 때문이었다. 매번 세션이 끝날 때마다 소감을 물어보았고 그때마다 '아 그저 잡생각이..' '아 그저 너무 배고파서' '개미를 쳐다봤는데요'라고 대답을 해도 괜찮아서 좋았다. 정해진 답은 없었다. 잘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나’ 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아침 조기 축구회 가는 것처럼 명상 모임을 매일 아침 찾아갔다.


신이 나서 다른 여러 명상 모임들을 다녔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춤을 추는 일종의 '댄스 만델라(Dance Mandala)' 모임도 다녀왔는데 여기선 감정을 좍좍 표출하니까 더 신이 났다. 처음엔 뻘쭘하다가 나중엔 심취하여 나의 혼란스러움과 잡다함을 몸짓으로 풀어냈다. 내 인생 처음으로, 그냥 기분이 좋아서 춤을 춘 것이다. 그것도 두 시간 동안. 어느 티베트 명상 모임에서는 엉엉 울기도 했다. 한 시간 명상하고 나서 주책바가지처럼 눈물이 터져서 울었다.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고 부끄러워하니까 우는 것은 감정을 화장실 가서 배출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매우 좋은 것이라고 더 울라고 했다. 그래서 더 울었다. 나중에 왜 울었냐고 물어봐서, 나도 모르게 2년 전 자살한 사촌 언니 이야기를 하면서 엉엉 울었다.


명상할 때마다 나도 몰랐던 내 감정들이 생각들이 올라와서 놀랐고, 그 감정들을 오로빌 주민들에게 여과 없이 그냥 다 툴툴 털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오로빌 사람들은 편견 없이 그냥 다 들어주고, 자신의 경험도 알려주고, 서로 도닥여줬다. 마치 오로빌 사람들이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마침내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던 오로빌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어서 감동했다. 드디어 내가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랄까? 이것이…. 커뮤니티인 걸까?


그냥 '나' 이기만 하면 된다.


웃을  있는 공간은 많지만,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오로빌에선 맘껏 울 수 있었다. 이젠 가끔 명상한다. 내 마음이 어디 고장이 나지 않았는지, 울고 싶은데 꾹 참고 있는지 점검해보려고. 그리고 초조해진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되새긴다. 정해진 답은 없다. 괜찮다. 그냥 ‘나’로 진실하게 존재하면 된다. 웃고 싶으면 웃으면 되고, 울고 싶으면 울면 된다.


우리는 과연 잘 울고 있습니까?




글 참고: 퍼블리 "오로빌, 제가 살아보았습니다"

김지수 저자가 오로빌에서 약 1년간 살면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와 느낀 점을 담은 보고서이다. 참고로, 오로빌에서 나는 김지수 저자와 함께 살았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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