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가 풀타임이 되기까지
2017년 6월,
제주 코딩 캠프를 시작으로 프로젝트 그룹 '노마드 코더'를 결성했다. (밴드 결성!?) 한국인 '린' 그리고 콜롬비아인 '니꼴라스'가 뭉쳐서 재미있게 코딩을 알려주자는 취지였다. 치앙마이에서 이미 두어 번 '나를 찾는 여행' 그리고 '코딩 캠프'를 재미 삼아 운영한 바가 있어서 제주에서도 해보자! 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한 번만 해봐야지~! 했는데 신청자가 100여 명이 넘어버리면서 제주도에서 제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코딩만 주야장천 하게 되었다. (응?)
2017년 8월,
참여했던 캠프 멤버들에게 뭔가 후속적으로라도 강의를 제공하고 싶어서 온라인 아카데미 '노마드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어떤 내용이 좋을까... 하다가 카카오톡이 귀여우니까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그렇다. 귀엽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카카오톡 클론 코딩' 수업을 제작했다. 동영상 강의 제작도 처음, 편집도 처음이었지만, 그래서 신기하고 꿀잼이었다.
2017년 9월,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 왔다. 니꼴라스는 항상 가르쳐보고 싶었다면서 '리액트' 수업을 하고 싶다고 부르짖었고, 그래! '카카오톡 클론 코딩' 도 나름 괜찮은 성과를 보였으니까, 더 저질러보자~ 하면서 '인스타그램 클론 코딩' 제작을 시작했다. 이게 약간 판도라의 상자였는데, 왜냐면 시작할 때는 몰랐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정말 어마무시막지한 분량을 차지하는 수업이었던 것이다!!! 영상이 300여 개가 넘어가고, 자막도 제작해야 하고, 편집해야 하고,... 저지르고 나서 (아놔 ㅅㅂ#$^%)를 외치게 된 프로젝트랄까.
그리고 그것은 신의 한 수였으니.
2017년 9월부터 2018년 1월에 최종 마무리가 되었으니, 거의 4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이를 제작하면서 나는 어느 순간 노마드코더 프로젝트(?)에 풀타임으로 투입되어 일하게 된 것이다. 자! 이제 노마드코더가 나의 직장이야! 뙇! 하고 외치게 되거나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 없이 그냥 어쩌다 보니...? 폭탄발언 던지고 뒷수습한다고 불 끄러 들어갔다가 풀타임 소방관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해당 수업은 노마드코더의 마스코트(?)처럼 가장 핫한 강의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니꼴라스는 인스타그램 트라우마가 생겨서 이용을 못하게 되었다고...)
2018년 1월,
12개월 12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겠노라- 고 호기롭게 외쳤다. 일단 뭔가를 하려면 일단 동네방네에 "나 이거 할 거예요~" 이렇게 양치기 소년처럼 외쳐놔야 한다. 그러면 쪽팔려서라도 약속을 이행하게 됨. 그래서 그 이후로 꾸역꾸역 한 달에 한 개씩 뭔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는데... 근데 또 그게 꽤 괜찮네? 하기야, 노마드코더 자체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하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퍼블리 작가로 활동도 하고, 해커톤 행사도 운영해보았고, 치앙마이 가이드도 작성했다.
2018년 6월,
유튜브 채널을 본격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 슬랙 채널 멤버가 500명을 넘겼다. 노마드 아카데미 수강생이 3천 명을 넘겼다.
그리고 2018년 7월
'노마드 코더' 결성 1주년을 자축(?)하는 마음에서 구닥다리 웹사이트를 그냥 버리고- 새로운 홈페이지를 탄생시켰다. 노마드 아카데미 외에도 자질구레하게 저지른 프로젝트들이 많아서 한 바구니에 깔끔하게 담아보자~!라는 마음에 탄생시킨 웹사이트 되시겠다.
정리하면 이러하다.
1. 시작은 미약하였다 (그리고 끝은 창대하리라)
이름 '노마드 코더'는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던 그 자리에서 1분 만에 (레알임) 결정되었고, 로고는 이전에 니콜라스가 그려둔 걸 재활용하였으며 (...) 홈페이지는 워드프레스로 하루 만에 뚝닥 만들었다. 시작은 작아도 정말 너무 작았다.
2.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두사람다 사람들이 관심을 이렇게 많이 가져줄 것이라 생각을 못하였기에 별 생각이 없었다. (...) 그도 그럴 것이 니꼴라스는 외국인이고, 자막을 한 땀 한 땀 붙여야 하고, 게다가 니꼴라스가 무슨 실리콘밸리 00 출신도 아닌 그냥 콜롬비아인인데 코딩을 겁나 잘해요~! 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기쁘기도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명언이 떠올라서 (!!) 끊임없이 후속작을 생산했다. 인스타그램 클론, 카카오톡 클론, 리액트 시리즈... 등등! 그렇게 노를 열심히 저어 가다 보니 나는 풀타임 뱃사공이 되어있었다.
3. 이게 다- 사이드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원래 성격 자체가 급하고, 끈기가 없으며, 호기심이 많은지라 인생 자체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점철되어있다. 나에게 필요하고, 재미있겠다.. 싶으면 일단 해본다. 잘되면? 물이 막 들어오면? 열심히 노를 저어서 뱃사공 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각 프로젝트마다 배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가 없다.
4. 힘든 순간들이 (많이~ 정말 많이~)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니콜라스와 일하는 것이었다! 연인이기도 하고, 외국인이기도 하고, 여하튼 두 사람이 꿍짝을 맞춰서 일을 해나가기에는 문화적 차이부터 시작하여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고백하자면, 중간에 그만두자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 너무나 뻔한 스토리이긴 한데, 드럽게 많이 싸우고 징글징글하게 싸우다 보니 이제 서로 눈빛만 봐도 이해하는 경지에 올라서면서 서로의 영역 (너는 마케팅과 운영 총괄, 나는 개발과 연구)을 명확하게 정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정체성의 혼란(!)이 심하게 있었다. 왜냐면 난 개발자가 아니거든요! (끼약-) 그런데 초반 처리해야 하는 업무의 상당수가 번역이나 자막 제작이 포함되면서 "아, ㅅㅂ 뭔 말이야"가 연달아 터져 나오며 우울에 빠졌다. 초반에 단기간에 많은 지식을 소화해야 해서 소화불량에 걸린 것이다. 니꼴라스의 격려(!)와 도움으로 과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5. 그래서 앞으로
난 현재 나의 일이 좋고, 삶이 만족스럽다. 왜냐면 나의 일의 본질은 브랜드를 키우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는 언제나 뿌듯하고 즐겁다. 본인 스스로를 '커뮤니티 덕후'로 소개하지 않는가! 여기서 핵심은 어떠한 커뮤니티일까?인데 (그리고 그게 항상 고민이었는데) 1년의 과정과 시행착오를 통해 어느 정도 또렷해지는 듯하다. 키워드는 아마 '디지털 노마드' 가 아니라, '메이커/크리에이터'의 커뮤니티가 아닐까? 작게나마 자신의 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며 서로를 격려하는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
그나저나 정말이지 1년이 지나서 회고를 하게 될 줄은 꿈속의 꿈에도 몰랐다. 감회가 새롭구먼. 내년에는 또 어떤 것들을 저지르고 있을지 새삼 나도 내가 궁금하다. 일단, 계속 노를 저어봅시다!
린은 현재 터키, 이스탄불에 체류하고 있어요. 온라인 코딩 스쿨 "노마드 코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이것저것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는 게 취미입니다!
유튜브 : http://bit.ly/youtube_nomadcoders
노마드 코더 : http://nomadcoder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