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보다는 방향성
한국에 왔다.
한국에 와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니까,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어본다.
린님은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뭔가 멋지고. 비전이 흘러넘치는 그런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드는데,
허허허 실없게 웃지요...
지금은 대략적으로 한 해 어디로 돌아다닐 것인가! 에 대한 지리적 계획(?)은 존재하나. 한참 빡세게 방랑하던 시절인 2015년 ~ 2018년에는 말 그대로 계획이 전무하였다! 놀랍게도(?) 그 당시 내가 뭔가 계획을 갖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었는데, 전혀 아니다. 죄송합니다. 계획 0으로 살았습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계획은 없었지만 방향성은 있었다.
바로 "방황은 이렇게 해야 한다"에 대한 일종의 "방황 나침반"이다.
< Map to Navigate Uncertainty >
<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1) Surrender to the flow
There are moments where we have to swim, and moments where it's wise to follow the current and relax, surrender
흐름에 맡겨라
목적지를 향해서 수영을 하는 순간도 있고, 그냥 흐름에 따라가는 둥둥 떠다니는 순간도 있는 것이다. 온몸의 힘을 쫙 빼고 흐름에 맡겨보자.
2) Variety and openness
Surround yourself with different and interesting things. Don't just focus on one thing. Cultivate multiple interests and let them enrich and inspire the flow around you
다양성과 오픈마인드
나 자신을 다양하고 색다른 것으로 둘러싸보자. 딱 하나에 집중하는 것보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져보고, 그들이 나의 내부를 풍요롭게 하고 영감을 주게끔 해보자.
3) Values but not goals
Forget about goals in the future. Any date in the future, any goal. Focus on your values, on your passions. Cultivate and refine your understanding of your values.
목적 말고, 핵심가치
미래를 위한 목적은 잠시 내려두자.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집중해보자. 나의 핵심가치를 다시 정의해보고, 이를 더 잘 이해하는 것에 집중해보자.
4) Small steps, not projects
Start and finish small steps. Don't focus on long-term projects. Take little actions, but do act. Act small
큰 프로젝트 말고 작은 걸음
작은 걸음을 시작해보고 끝까지 마무리해보자. 크고 긴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말자. 작은 액션을 취해보자. 작은 것부터 행동하는 거다!
5) Take care of yourself
Because one day, maybe soon, you'll have to swim instead of float. And for that you'll be thankful for having take care of your body and mind
나 자신을 아끼자
어느 순간 둥둥 떠다니는 대신에 목표를 향해 수영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챙겨두도록 하자.
당시 목적 없이 정처 없이 둥둥 떠다니던 시절 알게 된 금쪽같은 인물들이 있는데, 그중 한 명 (이탈리아인. 개발자. 30대 추정)이 나에게 보내준 메시지이다. (추정컨데 아마 그도 꽤나 방황을 한 경험 덕분에 이런 주옥같은 글을 탄생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맙다. 덕분에 그 방황하던 시절에 안내서를 읽어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당시의 나처럼 현재 고통스럽게(?) 불안하게(?) 방황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위의 안내서를 꼭꼭 씹어먹어 볼 것을 추천한다. 본인에게는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 방황하던 당시. 2016년 썼던 글
이젠 이렇게 고통스럽게(?) 방랑을 한 것도 과거가 되었고. 그렇다면 현재도 그렇게 무계획으로 사냐?라고 물어보면. 그렇진 않다. 홀몸이 아니라(!?) 두 명이 되면서, 최초로! 계획이 생겼다.
이건 지난 2018년도. 2019년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작성해둔 일종의 계획표다.
거의 80%는 계획한 대로 세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혼자가 아니다 보니 둘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리고 여행이라는 것이 미리 계획을 세워두어야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즉, 미리 비행기표를 사야 하고, 미리 숙박을 잡아둬야 저렴하다는 뜻임)
위와 같은 대략적으로 어디서 살아야지~ 에 대한 계획은 있지만, 그 외에 계획은 아직 없다. 그 안에 텅텅 비어있는 칸들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전과 달라진 것은 무엇이냐?라고 질문한다면, 아무래도 지난 방황 시기에는 북극성이 무엇인지조차 희미했다면, 지금은 그래도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가는 길에 같이 걷고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 정말 뿌듯하다. 눈물.)
적어도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누구랑" 가는지 정도는 안다.
물론 아직도 헤매는 중이긴 하다. 대략 이 방향으로 가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 오늘도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가장 나 다운 모습으로 하루, 일주일, 그리고 1년을 살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본다. 역시나 방향성만 또렷하다면야. 계획은 어찌 보면 부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래도. 동반자가 생겼다는 것이 이렇게 든든하구나... 싶다.
(고맙다.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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