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유튜버라 하더라도
https://brunch.co.kr/@lynnata/208
부제. 눈이 아프다는 지난 5월 아래의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글을 자주 업데이트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에 핑계에 가까운 글을 걸어두고 잠시 유튜브의 세계에 푹 빠져있었다. 화려하고, 정보전달이 빠른 유튜브의 세계는 중독적이다.
https://brunch.co.kr/@lynnata/225
그렇게 유튜브의 세계에 입성을 하고 나니(?) 반대로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이건 마치 MSG가 팍팍 쳐진 라면을 먹다가, 슴슴한 국수를 찾고 있는 그런 마음과도 같았다.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 현란한 모션 등등은 역시나 영상을 이길 수가 없었지만. 동시에 라면과 삼겹살만 먹고살 수는 없는 것이다. 때로는 그냥 희무끄리한 잔치국수와 김밥을 먹고 싶은 것이지.
투박하고 거칠지만 리얼한 표현, 히죽 웃거나 또는 나도 덩달아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넘기게 하는 찰진 묘사가 넘쳐흐르는 걸쭉한 글을 찾아 헤맸다. 아. 물론 그 와중에 여러 번 자기 계발 서적 여러 번을 들척거렸고, 앞으로 다가오는 2020년 트렌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과, 재테크의 정답을 알려준다는 책도 흘낏 살펴봤다. 하지만 타는 목마름으로 (!) 나는 그러한 책을 찾아 헤매었다. 능승능승하게 알 수 없는 힐링을 해준다는 책도 싫었고, 어디 어디 여행 다녀왔다고 자랑질 아닌 자랑질 하는 책도 싫었다. 사실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맛깔나게 읽어주는 그런 글을....!
얼굴은 '얼굴'이라고 말하면. 내 마음속에 여러 얼굴들이 떠오른다. 'face'로는 안된다. '바람'은 불어오고 '가을'은 바스락거린다..... '별'은 별이라고 부를 때. 별은 내 가슴에 박히고 나는 모국어의 자식임을 스스로 안다.
이런 똥을 누는 아침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기진하였다. 아. 이런 썩어빠진 삶. 반성 없는 생활. 자기연민과 자기증오를 좌충우돌하는 비겁한 마음과 작별하고. 삶의 건강과 경건성을 회복하자고 나는 날뛰는 똥냄새 속에서 맹세했다. 맹세는 비통했고. 작심삼일이었지만 그 맹세에 의해 나는 나 자신을 응시하는 또다른 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길바닥에 흩어진 음식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고요했고 시선은 깊었다. ....나는 먹고사는 일의 무서움에 떨었다. 나는 삶 앞에서 까불지 말고 경건해져야 한다고 결심했다. 가장 적은 것들만 소비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작심사흘이라고 해도, 그 순간에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나는 길바닥에 쏟아진 짬뽕 국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라이더의 시선이 두려웠다.
정신없이 두어 시간 탐독하고, 늘어지게 누어서 읽다가, 낄낄거리다가, 점점 읽을 내용이 적어지는 책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할매들이 나오는 대목에선 외할매가 생각나서 책을 놓고, 꺼이꺼이 울었고, 세월호 대목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오이지, 떡볶이 등 음식이 나오는 대목에선 배고파져서 밥에 김치 참치 석석 비벼서 한 그릇을 뚝딱해치웠다. 그렇게 정신없이 읽고 있다 보니 짝꿍이 묻는다. 너 뭐 읽어?
음..... 어떤 할아버지가 쓴 일기장 같은 건데 재밌어.
나도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솔직하고. 맛깔난 글을 쓰는 사람이...!
영상은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 거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뼈를 갈아 넣은(!) 화려한 편집과 개그 짤로 프로그래밍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지 못하게끔, 유익하면서 재밌는 영상을 만들 테지만. 하지만 나의 일상 기록, 배운 것들, 슬프거나, 허무했던 것들이 떠오를 때면 다시 여기로 돌아와서 끄적끄적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지난번 글에서 유튜브는 일상이고 블로그는 취미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냥 둘 다 일상의 한 면들이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의 대체재가 아니라 다르게 필요할 때 존재하겠구나 싶었다.
그런 솔직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것 같아서 후련한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가끔 와서 글을 끄적여야겠다. 참고로. 위의 할아버지는 바로 김훈 선생님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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