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생각
"Auroville will be the place of an unending education, of constant progress and youth that never ages."
- Auroville Charter
나에게 있어 오로빌은 바로 '교육의 공동체'로, 'Unending Education의 장소'로 각인되어있다.
오로빌에 찾아온 사람들은 10대 후반의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앞으로 진로 고민에 머리가 아픈 친구들이거나 4-50대 대안적인 삶을 꿈꾸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 두 그룹은 물론 나이차는 많이 나지만 공통점이 있는 것이, 바로 'Eat Pray Love'의 줄리아 언니처럼 '나를 찾고 싶다고!' 유형이라는 것. 즉,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고, 회사에서 일하는 건 이제 너무 싫고, 다른 삶은 없을까? 고민하는 유형이라고 하겠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럼 해보면 되잖아!
오로빌에선 다 해볼 수 있다고!
진짜다. 진정한 직업 체험의 장, 무엇이든 물어보고 겪어보세요, 꼴리면 일단 찾아가서 들이대, 궁금하면 일단 해보면 되지 뭐!
최고의 학교인 것이다!
아래 동영상은 undending education 에 대한 오로빌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필자의 허접한 글쓰기로는 충분히 설명이 안되니까, 더 알고싶으신 분은 (꼭!) 아래 영상을 보시라.
https://youtu.be/MFR4d5Zh3n0?list=PLIcX1TOmtxYKwCgomErYtjo3iu040oLqT
예를 들면 이렇다.
이전부터 제과제빵사가 꿈이었다. 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면 solar kitchen이나 visitor center에 딸려있는 kitchen에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는 거다. 나 한번 배워보고 싶으니 나를 apprentice는 아니어도 그냥 일 한 번 하게 해 주어. 근데 좀 알려주면 좋고. 그렇게 찾아가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슬쩍슬쩍 알려주고 그러면서 어깨너머로 배우고.. 블라블라...
농부가 되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buddha farm이나 saddhana forest 가서 열심히 농사 같이 짓고 먹고 자고 일 도와주면 된다. 아, 돈은 어떻게 하냐고? 단순 방문객이라면 돈을 당연히 어느 정도 드려야겠지. 하지만 장기 봉사자가 되면? 물론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대부분 현장에서 일 도와주면 다 공짜로 배운다.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
이게 약간 제한적일 수는 있지만 거의 모든 분야의 배움의 장이다. BUT 인터넷이 정말 암 유발되는 스피드다. 너무 느리다. 가끔 전화도 안 터진다. (...) 그러니까 당연히 IT 관련 기술은 기대하지 말고- 그 외에 거의 모든 예술 분야, 그림, 음악 (노래, 기타, 북,...), 영화, 연극, 도자기 굽기, 요리, 요가, 댄스, 춤, 운동 (카포에라, 주짓수...), 대체의학 (homeopathy), 승마, 거의 모든 permaculture 관련 green practices... 언어 (5만 명이 모였다. 진짜 전 세계 사람들을 다 만나볼 수 있다. 진심임. 유럽 얘들이 압도적으로 많음. 당연히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음) IT 분야, 기술 공학, 화학, 의학, 법률, 회계 등 일반 세계에서는 전문가로 대우받으며 돈을 벌 수 있지만 대부분 매우 재미없는 분야 빼고는 다 있다. (... 내 생각에는 그러하다.)
나는 뭘 어떻게 배웠냐
아 마음 같아서는 다 배우고 싶었는데. 이게 배우는 과정이, 뭐 도시처럼 클래스가 있고 선택해서 돈 내고 수강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여긴 공동체 잖니? 일단 찾아가야 함. 어떻게 찾아감? 선생을 찾아야지. 어떻게 선생을 찾음? 친구들에게 물어봄. 그래서 선생을 찾아서, 그분이 계신 동네를 열심히 지도 보고 찾아감. 지도 보고 찾아가다가 길을 잃기도 함. 그러면 물어보고... 그래서 찾아갔는데 안 계실 때도 있음!! 그러면 그 담날 다시 찾아가야 해! 그래서 찾아가서 운이 좋아서 만났다! 그러면 악수를 하고, 주저리주저리 사정을 설명하고, 배우고 싶어요, 열망의 눈빛을 쏘면! 그래 그럼 다음 주 언제 언제 만나자고! 이렇게 하여 성사가 되면... (헉헉)
이 과정이 싫으신 분들은 도시에서 그냥 사시면 됩니다.
난 승마를 배웠다.
맨발로 말 타봤나? 나 맨발로 말 갈기 잡고 말 타는 여자임.
이게 다 오로빌 정신 때문이지. 이곳은 말굽도 없다. 안장도 없고. 그냥 자연 그 자체의 말이 내가 봐도 너무 시원하고 자유롭게 계시다. 보는 내가 기분이 시원하다고나 할까. 처음엔 어느 정도 돈을 내서 배웠고, 나중에 친해지니까 몇 번 정도는 공짜로 탔다. 아마 더 오래 있었다면 (... 쩝)... 말에서 두 번 떨어져도 봤고, 한 번은 크게 밟힐 뻔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좀 위험했군) 그래도 이렇게 말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오로빌 혹은 몽골 밖에 없다고 한다. 얼마나 나는 행운인 건지. 히죽. 그렇게 말 등에 누워보기도 하고, 맨발로 까슬까슬한 말 옆구리를 느끼면서 오로빌을 돌아다녔다.
떠날 때 즈음엔 대체의학 homeopathy에 삘이 꽂혀서 또 스승을 찾아서 밥도 같이 먹고 그랬는데.... 오로빌에 그럴싸한 병원이 지어져서 아마 의학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없는 게 없는 오로빌...
오로빌은 고민이 많다.
일단 거주 문제가 심각하다. 이 놈의 gentrification은 오로빌도 마찬가지인지라, 사람들은 몰려오는데 다 같이 살 곳이 없다. 그리고 자립의 문제. 내가 알기로는 식량 자급자족 시스템을 아직까지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기 그리고 물은 인도 정부의 지원에 기대고 있다고 들었다. 상당히 많은 펀딩을 외부에서 지원받아야 하고, 수입의 상당분은 관광객에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말 차별 없이 누구나 받아들이는 모든 걸 초월한 공동체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존경하고 또 존경한다.
60대로 보이는 오로빌리언에게 한숨을 팍 쉬면서 말했다. 난 이제 벌써 나이가 30인데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이젠 너무 늙어서 뭐 새로운 걸 배우기엔 글러먹은 것 같아요. 그는 나를 ' 이런 미친 어린 것을 봤나' 라는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난 너가 매우 한심하지만 그래도 너를 위해 이야기 하마 라는 말투로,
"난 이제 70인데 또 뭐 새로운 것을 배울지 궁금하고 신나" 라고
아주 매우. 진지하고 현실적인 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