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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Sep 16. 2016

5. 인도 오로빌, 명상을 왜 하냐고?

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생각

난 사실 단 한 번도 명상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명상, meditation,

그거 앉아서 멍 때리는 거 아닌가?

좋은 건 알겠는데 굳이 왜 해?


허핑턴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이 최근의 쓴 책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뷰에서 명상, meditation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한 번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


https://www.theguardian.com/women-in-leadership/video/2014/jun/10/arianna-huffington-on-meditation-sleep-balance


오로빌은 마치 팔색조처럼 여러 가지 색깔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이 명상, meditation을 빼놓고는 결코 이야기할 수 없다. 오로빌의 심장에 세워진 건축물, 마트리 만디르 (Matri Mandir) 금색 구 형태의 이 건물은 오로빌을 상징하는 건물이기도 한데, 이 곳은 바로 명상을 위한 공간이다.


오로빌 검색하면 나오는 대표 이미지


이러하다 보니, 오로빌에서 진행하는 여러 워크숍, 이벤트, 주민들끼리 작은 모임들 중에 명상 모임이 많다. 오로빌 도착해서 어리바리했던 나는 사람들과 친해져야겠다! 는 마음에 아침마다 하는 명상 모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서 참여했다.


아침 조기 축구회처럼, 오로빌엔 아침 명상 모임이 있었다.


처음엔 참으로 히피-히피-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우주의 오로라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나름 심각한 모습으로 앉아서 명상이라는 것을 했다. 10분 후에,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라고 물어보셔서, 아 그저 잡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인자하게 웃으시며 원래 다 그런 거라고 하셨다. 그다음에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셨다. 그 종이를 열심히 바라보면서 내 안에 있는 나쁜 생각들을 거기 담으라고 하셨다. 종이가 점점 노랗게 보이기 시작할때즘, 그 종이를 마음을 담아 힘껏 구기라고 하셔서 매우 힘차게 구겼다. 그다음 어떤 느낌이냐고 물어보셔서, 아 그저 뭔가 개운하군요. 허허허라고 말했다. 그 외에 정말 여러 가지 practice를 했다. 대추를 하나씩 주시면서 이제 대추를 mindful eating 할 거라고 하셨다. 일단 그 대추를 처음엔  열심히 쳐다보라고 하셨다. 안 그래도 아침을 안 먹고 왔던지라 열심히 쳐다봤더니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그다음엔, 대추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셨다. 대추의 소리보다 배고파하는 내 위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그다음엔, 대추 냄새를 맡아보고, 마지막에 입에 넣어서 대추를 음미하고 (하.. 아놔..) 마지막에 대추 먹는 데 까지 30분이 걸렸는데, 내 인생에 가장 맛있는 대추였다. (...) 아 이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mindfulness, zen 아닌가! 하면서 아는 척하고 싶었지만,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내가 가장 mindful 하지 않은 듯하여 잠자코 있었다.


가끔 바닷가 가서 명상을 하기도 했다.


명상 모임이 즐거웠던 건, 다들 쏘-쿨 했기 때문이었다. 매번 세션이 끝날 때마다 어떠했냐고 물어보셨고 그때마다 '아 그저 잡생각이..' '아 그저 너무 배고파서' '개미를 쳐다봤는데요'라고 대답을 해도 괜찮아서 좋았다.  그렇게 아침 조기 축구회 가는 거 마냥 명상 모임을 찾아갔다. 어차피 할 것도 없고 (...) 친구도 없(...), 이런 내가 기특하셨던지 명상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그 유명한 마트리 만디르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사실 혼자서도 마트리 만디르를 갈 수 있지만, 나는 미천한 guest 신분이기 때문에 예약을 해야 하고 좀 귀찮은 절차가 있다. 하지만 오로빌 주민이랑 동행하면 그냥 들어갈 수 있다. (오!) 첨엔 저 괴이하고 못생긴 금색 건물은 무엇인가.. 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 같은 무지렁이도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매표소 (?)처럼 생긴 곳에서 카드 같은 것을 뽑았다. 오늘 명상의 화두를 알려준다고 했다. 나의 화두는 "equality'였다. 선생님은 'justice' 였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비장하고 진지한 표정을 하고 마트리 만디르로 들어갔다.


 

정말 여기 분위기는 ...설명하기 어렵다....최적의 장소


금색 동그란 건물 가까이 들어가면, 정중앙에 물이 흐르는 공간이 있다. 일단 그곳에 둘러앉아서 명상을 시작했다. 45분 명상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45분 후, 나는 알 수 없는 북받치는 서러움에 쳐 울기 시작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멍 때리다 보니 온갖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하고,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뭔가 토하듯 울었다. 내가 울든 말든 사람들은 명상을 했다. 그리고 또 이동을 해서 크리스털 볼 앞에서 명상을 했는데, 그곳은 너무 신기하게 생겼다 보니 명상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구먼 이라는 생각을 잔뜩. 거의 두 시간에 가깝게 명상을 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지고 개운한 게 사우나 다녀온 느낌이었다. 이후 아쉬람에서도 명상을 했는데 거기선 명상보다는 잡다한 생각만 잔뜩 하고 온 것 같다.


필이 받은 나는 여러 명상 모임들을 다녔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춤을 추는 일종의 '댄스 만델라' 모임도 다녀왔는데 여기선 감정을 좍좍 표출하니까 더 신이 났다. 처음엔 뻘쭘하다가 나중엔 심취하여 나의 혼란스러움과 잡다함을 몸짓으로 풀어냈다. 잘한다고 칭찬도 받음. 호호호.



티베트 명상 모임에선 좀 달랐는데. 한 시간 하고 나서 또 주책바가지 마냥 눈물이 퐝 터져서 엉엉 울었다.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고 쪽팔려하니까 우는 것은 감정을 화장실 가서 배출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매우 좋은 것이라고 더 울라고 했다. 그래서 더 퐝퐝 울었다. 나중에 왜 울었냐 라고 물어봐서, 나도 모르게 2년 전에 자살한 사촌언니 이야기를 하면서 엉엉 또 울었다. 그때 당시엔 눈물 한 방울도 안 나오더니.... 괜찮다고 더 울어도 된다고 해서 눈물 콧물 다 짜고 나왔다.


명상을 할 때마다 나도 몰랐던 내 감정들이 생각들이 올라와서 놀랬고, 그 감정들을 오로빌 주민들에게 여과 없이 그냥 다 툴툴 털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오로빌 사람들은 편견 없이 그냥 다 들어주고, 자신의 경험도 알려주고, 서로 도닥여줬다. 마치 오로빌 사람들이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오로빌 동네 Grace 에서 아침마다 명상 모임을 했다.



웃을 수 있는 공간은 많지만, 울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오로빌에선 맘껏 울 수 있었다. 이젠 가끔 명상을 한다. 내 마음이 어디 고장이 나지 않았는지, 울고 싶은데 꾹 참고 있는지 체크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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