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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Jan 04. 2017

같이 살아서, 그래서 뭐가 좋으냐

#13. 자랑질

셰어하우스 혹은 코리빙하우스, 혹은 그냥 "같이 사는 집"을  운영한 지 이제 2달에 접어들었다. 한 달 운영 회고 당시 글을 읽어보니, 그 당시의 버벅거림과 혼란스러움이 여실하게 느껴진다. 그 당시와 가장 달라진 것이 꽤 큰 것이 하나 있다. 무엇이냐.


대화가 늘었다.

정확히 말하면, 평상시 수다가 늘어났다. 그리고 그래서 너무 좋다.

같이 살아서 무엇이 좋으냐 라고 물어보면 뭐 이래저래 대답할 것들이 있다. 정원 딸린 대저택에 살 수 있고, 여러 시설을 공유해서 주거비용이 저렴해지고, 그런데 그런 것 보다 결정적인 것은 말이다. "random talk" "small talk" 그러니까 일상을 공유하는, 작은 고민들을, 종알종알 수다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12월, 1월에는 크리스마스니 새해니 굵직굵직한 행사가 많아서 집에서도 이런저런 모임/행사가 있었다.


1. 발리우드 무비 나잇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친구와 연합하여 함께 발리우드 영화를 보고 짜이를 마셨다. 그게 어쩌다 보니 첫 행사였군. 대략 8-9명이 모여서 영화 같이 보는 아주 심플한 모임이었는데, 오! 모임을 자주 해야겠어!라는 마음이 생김.


역사적인 첫 모임. 야호

2. 로열파크 놀러 가기

요건 결국 당일에 놀러 가는 사람이 3명이었다는 슬픈...(눈물 좀 닦고).. 이후 야외모임은 시도하지 않게 되었음.


3. 김치 만들자

마테 하우스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일종의 외부 멤버(?)가 되어버린 Jonathan이 함께 연합한 김치 만드는 모임이었는데... 그때 담근 김치.... 금세 다 먹어버리고 그리워하고 있다.... 저녁에 김치 먹고, 이것저것 같이 먹으면서 수다 떨고, 즉흥 연주 (?)도 하고 무척 즐거웠음. 모임에 대한 엄청난 용기가 생김!



김치도 좋았지만 다 먹고 수다가 짱이었음


4. 크리스마스이브 포트럭

이날 모임이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는 후문... 각자 음식을 가져와서 먹고, 수다 떨고, 선물 나누고, 게다가 다큐멘터리 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무척 동기부여가 되었음. 다들 할 얘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지!



음식도 많이 먹고. 선물도 받고. 다들 그저 행복...


5. 새해맞이 수다

새해를 맞이하여 또 모여서 밥을 먹고, (이번엔 요리 부분을 좀 줄였다. 너무 뒷정리가 힘들어서) 이번엔 각자 2016년 해를 정리하는 5가지 사진을 고르고, 그걸 이야기하는 모임을 했다. 우와. 다들 얼마나 이야기할 것이 많은지 각자 한 마디씩 하는데 밤 11시가 되어버렸다.


각자 한마디씩 인데, 끝날줄 모름...


이렇게 점점 알게 되었지, 다들 이야기할 것이 너무 참으로 많다는 걸.


오늘 아침도 커피 만들면서 수다를 떠고, 토스트 구우면서 수다를 떤다. 요가를 다녀와서 집에 와서 간단한 파스타를 저녁으로 해 먹고 나서 소파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수다가 점점 길어지면서 '혁명을 일으켜야 해' 뭐 이렇게 산으로 가기도 하지만...


그렇게 일상 수다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그것이 영양가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같이 살다 보니 커피숍에서 나누는 이야기와 다르게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질이, 그 깊이가 다르다. 그리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 그렇게 이야기와 수다는 계속 이어지고....


부스스한 머리에 파자마를 입고 눈곱도 떼지 않은 채 나누는 대화라는 건, 겁내 솔직할 수밖에 없잖아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집이, 식구가 생겨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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