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생각
왜 한국을 떠나셨어요?
왜 미국에 안 돌아가?
여긴 얼마나 있을 거야?
한달살이 치앙마이 집에 온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일종의 'life transition' 인생의 전환기에 있다. 그래서 그들은 떠났다. 한국을, 미국을, 브라질을,... 그들은 모국을 떠나 평화롭고 정착하기 쉽기로 유명한 치앙마이에 온 것이다. 그들의 자세한 스토리는 아래 글을 참고.
왜 모국을 떠나야 했을까? 그리고 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왜 나는 한국을 떠나왔고, 왜 나는 여기서 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왜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 여행도 귀찮아하고, 지겨운 나는...
왜 한국을 떠났고, 아직도 돌아가고 있지 않는 건가.
내가 즐겨 찾는 블로거의 한 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디지털 노마드의 예찬론만 쏟아지는 것이 그도 나처럼 불편했는지,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의 단점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Looking back, I was obsessive and desperate with my habits and relationships back home. Being put in country after country where nobody knew me and nobody cared who I was did me a lot of good. I let go of a lot of baggage.
바로 요 포인트에서 아아! 하고 공감을 했는데, 그렇다. 자신의 모국에서는 일종의 social pressure 때문에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기 어려운 것이다. 그건 한국이든, 미국이든, 프랑스든 모두 같은 것 같다. 나를 아는 사람들과 산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고 때로는 저주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르는 곳으로 간다는 것은 그 모든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는, 욕망의 주인이 될 수 있는"(당신의 욕망은 무엇인가) 소중한 기회인 것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내가 누구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 곳, 그런 곳에 가면 비로소 '나 자신'에 충실해질 수 있다.
바로 그러한 연유 덕분에 여행을 가고, 그 여행이 장기여행이 되고, 혹은 그곳에 체류하면서 인생을 모색하게 되는 기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당신이 어떤 직장을 다녔는지,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결혼을 했는지, 옷차림이 어떠한지, 등등에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을뿐더러 신경 조차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소소한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떤 철학과 가치가 나에게 울림을 주는지 더 의미 있는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나의 욕망의 주인이 되라고 하는데, 솔직히 욕망의 주인이 되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지 않은가. 가족의 한마디, 친구의 조언, 각종 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답의 홍수' 속에서 그것 다 집어던지고 그냥 "나"로 살기 위해서는,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 동네 모르고, 그런 백지 같은 곳에 나를 집어던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하얀 종이 위에서 나는 어떻게 사는지. 나라는 인간은 사실 글쓰기를 좋아하더라!인 건지 아니면 춤추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는지, 도시를 좋아하는지, 시골이 좋은지, 블라블라 블라..
나라는 인간을 진짜 솔직하게 알고 싶어서. 이해하고 싶어서. 천천히 제대로 나를 알아가고 싶어서.
그래서 떠나왔다.
그리고 아직도 몰라서 아예 여기 집을 만들어놓고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서 살고 있다. (비슷한 인생의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 서로 스파크를 일으켜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최근에 이 집을 통해서 했던 모든 일들 (집 찾기, 꾸미기, 사람 모으기, 홍보하기, 설명하기, 등등) 중에서 가장 즐거웠고 뿌듯했던 일이 무엇이었나 적어보았더니. 바로 2-3회 진행했던 Sharing Circle 각자 솔직한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더 자주 해야겠다.
헤매는 사람은 너 혼자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