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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Mar 15. 2017

노마드 그리고 전환기에 있는 자들의 집

#26. 누구랑 같이 사냐

이때까지 몇 명이 거기 살았어?
누구랑, 어떤 사람이랑 거기 살아?
....?!?!


2016년 11월 ~ 2017년 3월 오늘까지 약 5개월 동안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거쳐간 사람들은 총 19명이다. 여기서 캠프로 머무는 사람들 18명을 포함하면 최종 37명이 우리 집을 짧게는 3박부터 길게는 3개월까지 머물렀다. 캠프는 전원 한국인이므로 제외하고 순전히 코리빙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 19명 중 한국인은 7명, 외국인은 12명. 국적은 미국 3명, 프랑스 2명, 콜롬비아 2명, 캐나다 1명, 스웨덴 1명, 호주 1명, 브라질 1명, 미얀마 1명으로 총 8개국으로 꽤나 다양했다.


총 37명

- 셰어하우스 거주민: 19명

    * 한국인 7명

    * 외국인 12명 (총 8개국: 미국, 프랑스, 콜롬비아, 캐나다, 스웨덴, 호주, 브라질, 미얀마)

- 캠프: 18명 (전원 한국인)


이 사람들은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이미 여러 차례 포스팅을 통해 정리하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치앙마이에서의 실험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이 되어가자 더욱더 명확해졌다. 이 곳은 노마드 그리고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의 집이었구나.


........전환기?


노마드 그리고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


일단 노마드부터 살펴보자. 워낙 노마드 라는 단어가 '디지털노마드'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 뜻을 그냥 살펴보면, 정해진 장소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 유목민 되시겠다. 물론 유목민이 된 이유가 자의인 경우 그리고 타의에 의하여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타의에 의한 유목민인 경우 '노마드' 라는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쓰게 된다..) 여기서는 '자의로 본인이 세상을 더욱 누리기 위해 정해진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 '노마드'라고 정의하도록 하겠다. 그 사람이 '디지털' 하든 말든 여기서 핵심은 '자의'로 돌아다니는 것, 그리고 '돌아갈 곳'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약 3개월 ~ 1년 단위로' 이동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노마드 = '자의'로 '돌아갈 곳'을 염두하지 않고 '약 3개월 ~ 1년 단위로' 계속 이동하는 유목민


우리 집을 거쳐간 총 19명 중에 위 '노마드'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총 4명에 해당한다. 그렇다. 꽤 적다. (... 흠!) 


예를 들면 콜롬비아에서 온 N군이 그러하다. 그는 현재 거의 2년 이상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는 꽤나 고급 개발자이기 때문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본국에 돌아갈 계획은 그다지 없으며, 가끔 엄청 외로움을 호소하지만, 그래도 자사의 현재 라이프스타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에서 온 F군도 그러하다. 그는 개발자도 아니고 사실 그런 스타트업 월드와 전혀 반대쪽에 위치한 오히려 마사지, 요가, 명상에 심취한 친구이다. 동양 철학에 매료된 그는 철저히 채식주의 식단을 고집하며 술을 멀리하고, 절에서 명상을 공부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철학을 공부하러 온 그는 딱히 '노마드'의 행동을 즐기지는 않지만 본인이 공부를 위해 선택한 사례되시겠다. 


사실 나도 노마드들이 4명밖에 없어서 은근 놀랬다. 사실 노마드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다. 처음에야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지만, 어느 순간 지나면 다 식상해지고 여행의 흥분은 사라진다. 결국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의한 피로와 지독한 고독과 마주치게 된다. 노마드의 삶 자체를 최대 4년까지 지속한 사람은 보았는데 그 이상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노마드의 숙명. 고독


그렇다면 나머지 15명은 누구냐? 그 사람들은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이다.


- 졸업/유학 후 취업? 창업? 공부?

- 퇴사 후 이직? 창업? 공부? 이민?

- 이혼/실연/죽음 등 개인사


인생의 수레바퀴가 굴러 굴러가다가 삐끗할 때가 왜 없겠는가. 혹은 급 브레이크 후 항로 변경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그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꽤나 주변에 많다. 


미국에서 온 C군이 그러하다. 그는 미국에서 괜찮은 회사에서 괜찮은 연봉을 받고 일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깊은 회의를 느껴서 다 정리하고 태국으로 왔다. 왜냐면 그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돈이 안된다는 것도 알고, 현재 자신의 상황이 한없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는 한번 제대로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아시아에 와서 마음껏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집에서 두문불출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얼굴 보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호주에서 온 K군도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꽤나 대기업에서 꽤나 오래 5-6년 일하던 그는 마찬가지로 (...) 본인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그만두고 태국에 왔다. 전부터 관심 있었던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터 마이닝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주에서 가깝고, 물가가 월등하게 싼 태국에서 머물면서 독학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마스터하고자 한다. 그 스킬을 토대로 사회적 기업, NGO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그의 현 목표이다. 


캠프에 참가한, 참가할 예정인 18명의 경우 거의 100% 인생의 전환기에 있는 혹은 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제 막 자라나는 바나나 처럼


다들 벙커가 필요한 것이다. 인생의 전환기에서 본인을 돌아보고, 숨을 다시 몰아쉴 수 있는.


나는?

자문을 해 보았을 때 어디 따져볼 것도 없이 바로 답이 나온다. 나는 여행보다는 정착형이고 노마드는 뭐 다 피곤할 뿐, 나는 그 대다수들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전환기에 있는 사람이다. 졸업 후 취직도 해보고 창업도 해보고 다 해보았는데 왜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건지! 하면서 박차고 나가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아 이것도 안 맞는구먼 하고 나를 위한 벙커를 만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비슷한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아서 좀 큰 집을 빌렸다. 그게 바로 이 집이다. 노마드 그리고 인생의 전환기에 몸을 누일 수 있는 곳, 벙커, 혹은 일명 '마테 하우스' 되시겠다. 다들 길고 긴 인생에서 이런 벙커 하나쯤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노마드 혹은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이 밑천 탈탈 털고 민숭민숭하게 같이 사는 집.

"마테하우스" @치앙마이, 태국

https://www.facebook.com/mate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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